3번째 연출작 ‘젓가락’ 28일 개봉
"평생 갚아야 할 빚이 생겼네요."
감독으로 나선 코미디언 서세원은 최근 서울 청담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 ‘젓가락’에 출연한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젓가락’에는 이수근, 정선희, 김현기, 남희석 등 후배들이 출연했다. 모두 무보수 출연이다.
"선배가 좋은 위치에 있다면 도와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최근 몇 년간 논란의 대상이 돼 왔어요. 자칫 제가 만든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 부담감을 느끼고도 이번 영화에 출연해 준 후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젓가락’은 ‘납자루떼’(1986), ‘도마 안중근’(2004)에 이어 6년 만에 서세원 감독이 내놓은 3번째 장편영화다.
무대는 1970년대 초. 전교 1등인 여고생 지숙(하연주)은 싸구려 대폿집 ‘영춘옥’을 운영하는 엄마 영춘(박무영)과 단둘이 산다.
영춘은 홀로 지숙을 키우기 위해 술을 팔며 노래를 부르지만 삶은 늘 고단하고, 지숙은 그런 엄마가 천박하게 느껴져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영춘옥’의 단골손님이자 동네에서 유명한 딸 부잣집 가장인 백사장이 영춘에게 비밀스러운 제안을 한다.
젓가락은 서세원이 7년간 준비한 영화다. 사라져가는 구전가요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30여 곡의 구전가요가 삽입됐다.
"1960-70년대 대폿집에서 유행하던 구전가요들이 많았잖아요. 가사가 절묘했죠. 구전가요들이 사라져가고 있는데 영화를 하면서 그런 가요들이 복원되거나 보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도마 안중근’이 끝나고 나서 바로 작업에 돌입하려고 했으나 허위 공시 사건이 터졌다. 영화를 찍을 상황이 아니었다.
"영화를 만들려고 할 때 주변에서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더 미뤄서는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은 1년이 걸렸다. 작년 7월께 초고가 나왔고 10월께 최종본이 완성됐다. 촬영은 작년 12월 초에 5일간 했다. 제작비는 모두 외부에서 충당했다.
‘젓가락’은 서세원의 말처럼 ‘작은 영화’다. 개봉관도 20개 미만이다. 서세원은 앞으로도 작지만 강한 영화를 꾸준히 만들겠다고 했다.
"이렇게 소작들을 해나갈 거예요. 지난 시절 어느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그리고 싶어요. 기회가 돼 상업영화도 투자할 수 있으면 좋고요."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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