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 창밖의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이 철 따라 근작 시편, 수필을 발표한다. 그 모임이 “창작의 꿈” 모임이다. 문예창작원 출신 문인들이 모여 지난 7월 31일 저녁 발표가 다섯 번째. 그동안 이천우, 윤석철, 노세웅, 유양희, 강인숙씨의 작품발표회가 있었다. 1960년대 한국 고등학생 시절 문학의 밤 행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필자는 1994년 4월 미의회도서관에서 한국 시인으로 처음 시 낭송회를 가졌던 추억을 모델로 한 행사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작가가 그들의 작품을 발표하듯 우리도 당당하게 우리들의 작품을 발표하자는 웅지가 이 ‘창작의 꿈’을 시작하게 했다. 올 여름 발표회는 이병기, 박지연 시인의 근작시 10편으로 구성되었고, 박태영의 노래와 비브나 양 여사의 크로마하프 연주가 곁들여 아담하지만 화려한 장미 한 송이 피어나는 여름밤이 되었다.
이병기 시인은 의사 시인으로 가람 이병기 선생과 같은 이름이어서 언제나 석향이라는 그의 아호를 이병기 앞에 적어놓는 겸손한 분이다. 그가 의대 재학시절에 이미 ‘시조문학’에 시조를 발표할 정도의 고급 문학청년이었지만 최근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데뷔했다. 그는 1945년생 해방둥이로 쓴 자전적인 시, “해방동이” 그가 살고 있는 실버 스프링을 한문으로 번역한 은천리(銀泉里), 이씨 가문의 시조가 되었다는 “정착” 캐토릭 신자로 쓴 “성령1” “성령2” 그러면서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법정스님을 기리는 시 “법정” 그리고 여름 밤 무더위를 쫓아낼 “함박눈”을 낭송했다.
윤동주 기념사업회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지연 시인은 재난의 도시 “뉴 올리언스”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비유로 쓴 “열대어,” 유람선 자꾸지에서 반 나체로 만난 외국인과의 인연을 그린 “자꾸지”, 그의 고향 숲에 와 살던 백로가 포토맥 강가에 왔다는 두개의 문화 속 “백로” 그리고 여름밤 무더위를 쫓아낼 “동치미”를 발표했다.
두 분 개인사적인 시, 종교적인 시, 사회적인 시 속에 한국에 두고 온 아름다움을 찾아간다. 한여름 밤의 꿈속에서 시인은 함박눈, 동치미를 쓰고 있다. 함박눈 속에는 할머니의 사랑이 사각 사각 걸어 나오고, 동치미에는 그 맛은 찾을 수 없지만 그리움은 더 큰 그리움으로 폭발하고 있다.
한 여름 밤의 꿈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필자는 함박눈과 동치미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두 분의 문학적 꿈이 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
최연홍
시인 / 문예창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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