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함성은 우리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주며, 역시 박지성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였다.
6월 12일, 4년을 기다려온 역사적인 날, 남아공 월드컵 첫 게임, 그리스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대결을 하는 날이었다.
한국 학교는 방학을 했지만, 개인으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수업이 저녁에 예정되어 있어서 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대화가 되려면) 축구 중계방송 시청을 새벽부터 하게 되었다.
지난 주 수업 시간에 느닷없이 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누군
지 아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끙끙대던 내 모습이 우스웠던지, 다른 한 학생이 친절하게 이 메일로 방송 시간과 채널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덧붙인 설명, 그리스는 키 큰 선수들이 많고 세계 13위, 2004 유로 우승팀.
아직까지 한국이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이긴 적이 없으니 이번에 그리스 팀을 이길 수 있도록 꼭 응원할 것.
학생의 연락을 받고 신문을 찾아, 선수와 그들의 등 번호, 포지션, 그리스 전에 출전하는 선수 명단 등을 알아 보고 경기를 시청하니 훨씬 재미 있었다.
쉰 목소리로 진행한 저녁 수업 시간, 교사와 학생은 혼연 일치로 한 시간 내내 첫 골의 주인공 이정수와 그림 같은 쐐기 골을 터뜨린 주장 박지성에 대해 아는 대로 열을 올리며 칭찬일색으로 수업을 마쳤다.
박지성을 닮고 싶어하는 한 학생이 있다.
평발, 볼품없이 깡마른 체격, 작은 키로 이 지역 축구 팀에 속해 있는 민영이는 박지성 박사다. 그 옛날 펠레나 마라도나같이 화려한 개인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차범근처럼 총알 같은 스피드를 가진 것도 아닌, 프로팀은커녕 대학 진학조차 힘들었던 평범한 청년 박지성을 자서전으로 만난 민영이는 늘 박지성을 영웅으로 노래한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
많은 사람들은 오늘 날의 박지성을 보며 그의 성실한 노력과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만을 이야기 하는데, 이 보다 앞서 탄탄한 기본기, 강철같은 체력, 영리한 전술구사 능력을 소리 없이 만들어준 사람이 있었다.
그 분은 안양 초등학교에서 이영표 선수를 이미 키웠고, 수원 세류 초등학교로 전학 온 축구를 좋아하는 박지성을 만난 그가 어린 박지성에게 제일 처음 시킨 것은 리프팅 연습이었다. 어린 박지성 선수에겐 지겹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온 3년의 리프팅 연습, 그의 6가지 기본 전술에 응용 기술을 더해 익혀 가던 박지성은 어린 나이에 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를 볼 줄 아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경기 전날에는 자기가 뛰게 될 모습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게 하면서 스스로 경기를 만들어가게끔 하는 상상 속의 축구경기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키며 창의력을 갖게 했다.
격려와 긍정적 사고로 가르침을 받은 오늘의 영웅인 이영표와 박지성, 그 외의 선수들을 키워 낸, 그 분은 바로 김철수 선생님이다.
한글 학교 교사를 하면서 한번도 생각 못한 교육 방법, 이미지 트레이닝.
끊임 없는 격려와 따뜻한 위로로 긍정적 사고를 가질 수 있게 가르치신 분,
그 분이 감당한 2%의 역할로 온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100% 안겨주며 많은 학생들이 꿈을 갖게 해준 분, 사재를 털어서라도 열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 기억되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지금 그 곳에서 변함없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분, 이 분을 교사로서 닮고 싶다.
훗날, 우리 학생들이 각자의 직위에 맞는 곳에서 대화를 할 때, 조국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모국어가 있다면, 거리낌 없이 유창하게 구사하는 자랑스런 학생들을 상상하며,
김철수 선생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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