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단지 축구의 잔치가 아니라 삶의 잔치이다. 골을 넣고 안 넣고가 문제가 아니라 축구를 하는 그 자체로서 삶의 희열과 열정, 그리고 잃었던 따뜻한 마음을 다시 찾는 축제이다. 월드컵은 세계의 훌륭한 축구선수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인들의 마음을 흥분하게 만드는 활성제와 같은 것이다.
지난 2002년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때에 보여준 한국 축구 선수들의 업적은 앞으로도 계속 축구 역사 속에서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4강 신화였을지라도 이제는 그 4강 신화가 처음으로 일어난 신화일 뿐 앞으로 그 신화가 현실로 다가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를 든다면 세계의 여러 나라 가운데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다. 전기, 전자, 자동차에서 이제는 우주과학까지 접근하고 있으니 한국의 발전뿐만 아니라 축구가 현재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축구 강국의 대열에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안방 호랑이라는 불명예를 한방에 날려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16강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한 의미가 크기에 한경기 한경기를 응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단지 게임에 이겨야 한다는 승리보다 더 멀리 한국 축구의 위상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이지리아와의 한경기에 따라서 16강이 결정이 된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본 국민들은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열심히 했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어야 하지만 세계 최강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라서 그런지 그리스와의 경기와는 다른 색깔을 보였다.
이제 대한민국은 16강을 가야 한다. 너와 나, 우리, 그리고 통일의 한국을 바라보면서 반드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空),공(功),공(恐)을 차야 한다. 경기에서 사용하는 자블라니 축구공도 차지만 세 가지의 공을 차야만 한다.
먼저는 공(空)을 차야 한다. 축구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 공을 가지고 가서 빈 골 대안으로 공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 체력, 전술, 전략 등이 혼합되어야 한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공간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이다. 그래서 축구에서는 미드필더가 중요한 것이다. 사람이 없는데 공을 주어서 그 공이 제대로 골대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축구이다. 공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이 있는 자리에 공을 주면 90분간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 많은 슈팅도 있어야 하지만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공을 빈 공간에다 차야 한다. 그래서 공을 찬다는 것은 공(空)을 차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뛰어야 한다.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빈 공간을 향해서 공(空)을 차야 한다.
그리고 공(功)을 차야 한다. 축구는 단체경기이다. 혼자서 아무리 잘해야 다른 10명이 못하면 그 경기는 잘 해 낼 수가 없다. 내가 잘해서 이름을 날려야 하겠다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누가 잘했느냐, 누가 못했느냐의 즉각적인 판단보다는 하나의 결과를 위해서 양보하고, 세워주고, 참아내는 협력이 있어야 한다. 월드컵이 끝나면 영웅이 생기게 된다. 골을 넣은 사람은 영웅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무런 대접을 받지 못한다. 내 이름보다는 한국의 이름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공(恐)을 차야 한다. 허정무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앞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성경에서 다윗은 골리앗 앞에서 결코 기죽지 않았다. 두려움과 공포(恐怖)가 없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는데 무엇을 못하겠는가? 경기에 질 것 같다는 두려움의 공(恐)을 차버리면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의욕이 생길 것이다.
세상에 내 소원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꿈이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 되고, 꿈이 이루어지고, 보다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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