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로 유명 셰비 카마로 부활시켜
아우디·밴틀리 등 10개 브랜드 외장 디자인 책임
미국인보다 더 미국차를 잘 알고, 독일인보다 더 독일차를 사랑하는 디자이너. 폭스바겐 그룹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상엽(40)씨는 ‘재해석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세계 정상급의 한인 자동차 디자이너다.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패사디나 아트센터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아트센터 졸업과 동시에 스포츠카의 대명사 페라리의 디자인 회사로 유명한 피닌파니나, 포셰 등 최고의 자동차 회사들을 거쳐 1999년 GM에 입사했다.
그 후 10여년 간 수십 개의 프로젝트에서 한인 디자이너 특유의 섬세함과 독창성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 반열에 올라선 이씨는 지난 1월 폭스바겐 그룹 산하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 수석 외장 디자이너로 전격 발탁돼 현재 폭스바겐 그룹 소속 브랜드인 폭스바겐, 아우디, 포셰, 램보기니, 부카티, 밴틀리 등 10개 브랜드의 외장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씨가 수장을 맡고 있는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와 베를린, 뮌헨 등 3개의 그룹 디자인센터를 운영 중이다.
▲미국산 스포츠카의 자존심, 카마로, 한인 손에 다시 태어나다.
이씨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모델은 영화 ‘트랜스포머’로 유명해진 셰비 카마로다. 셰비 콜벳 등 GM 스포츠카 디자이너로 활발히 활동하던 이씨는 지난 2004년부터 카마로 디자인팀에 참여해 카마로의 외관을 책임졌다.
카마로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카마로는 1970~8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던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모델 중 하나다. 중저가형 스포츠카로 일반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카마로는 1969년 처음 출시됐다. 포드 머스탱과 함께 ‘아메리칸 머슬’이라고 불리는 미국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군림했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수차례 부분 변경을 거쳐 옛 명성을 되찾고자 했지만 결국 2001년 단종됐다. 이러한 카마로를 다시 부활시키는 작업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씨는 이러한 작업의 중심에 서서 한인이지만 가장 미국적인 신세대 카마로를 만들어냈다. 이씨는 “카마로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카마로의 정체성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를 미국인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규정하는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지난 10년간 ‘GM맨’으로 살며 카마로까지 탄생시킨 이씨가 폭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긴데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아직도 심정적으로는 GM 직원”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폭스바겐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을 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며 자리를 옮긴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에게 폭스바겐은 기회의 회사다. 아우디, 폭스바겐, 포셰, 램보기니, 부카티, 밴틀리 등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보석 같은 브랜드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브랜드들에 그가 해석한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이씨는 “브랜드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철학과 정신을 담은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폭스바겐 그룹에서 일하는 동안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호흡하며 역사에 남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폭스바겐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 외장 디자인팀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이상엽씨는 20여명의 디자이너를 이끌고 있다.
이상엽씨가 2009년 디자인한
콜벳 스팅레이 컨셉카.
폰티액 G8(2008)
뷰익 벨리트 컨셉카(2004)
셰비 카마로 양산차(2009)
캐딜락 식스틴
컨셉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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