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친구의 이야기였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매일 하듯이 새장을 들여다 보니 한 마리는 바닥에 누워있고 한 마리는 횃대에 울라 앉아 바닥에 누워있는 새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상해 눈을 새장에서 떼지 않고 보고 있으려니 횃대에 앉아있던 새가 밑으로 내려와 누워있는 새 옆에서 무슨 소리를 내면서 계속해서 발로 건드려 보기도 하고 옆으로 밀어 보기도 하며 아주 안타까운 동작들을 하면서 지저귀는 소리가 점점 슬프게 들렸다고 한다.
알고 보니 무슨 이유에서 인지 한 마리가 죽어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다른 새가 건드리면 일어날까, 부르면 일어날까 하고 그렇게도 구슬픈 목소리로 울부짖은 것이었다.
어떻게 살아있는 새가 대처를 하나 하고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으니 한참 동안을 같은 행동, 같은 목소리를 내어 움직여 보려고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니 죽은 새 옆을 떠나 모이 그릇이 있는 곳을 가서 모이를 잔뜩 먹고 물을 마시고 나더니 죽은 새 옆에 드러누워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고 자는 듯 조용히 있었다고 한다.
하도 기이한 일들이라서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서너 시간이 지나서 살아있는 새가 갑자기 숨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아 있는 새를 꺼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거의 죽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 새는 심심하게 지내는 노년이었던 이들 부부를 위해 친척 한 분이 선물한 ‘잉꼬’라고 부르는 한 쌍의 새였다.
색깔도 아름답고 눈을 뜨고 있는 동안은 입을 꼭 맞추고 있는 시간이 길며 한 마리가 행동을 하면 다른 한 마리도 따라 하고 수놈은 될 수만 있으면 먹이를 암놈에게 먹여주고 참으로 신기하고 귀여운 새들이었는데 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친구 앞에서 무슨 위로의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친구는 이 ‘잉꼬 부부’가 세상을 떠난 다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몰랐다고 했다.
생명이 두 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 생명을 두 개 가진 동물은 없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이 새가 아무리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나 이성(Logos)과 감성(Pathos)이 인간과 같이 있다면 이렇게 슬픈 종말을 가져오지는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네가 만일 천하를 얻고도 네 생명을 잃는다면 무슨 유익함이 있으리요”라고. 또 석가는 “천상천하에 나의 생명처럼 귀중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듯이 이성이 있는 인간은 옆 사람이 죽는다고 따라 죽지는 않는다. 이성은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요, 빛이며, 으뜸가는 무기다. 그래서 서구인들은 인간을 가리켜 ‘자연의 빛’이라고 한다. 이성은 참으로 아름답고 선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감성도 같이 가지고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류 역사상 이성이 감성을 이겨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성과 감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 즉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배우지 않고 가르치지 않아도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능력, 이것을 맹자는 양지양능이라 말했다.
이 잉꼬새 부부한테도 이성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주어졌다면 이렇게 슬프게 가지는 않았을 것을 하고 생각해 본다.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 우리도 잉꼬 부부 새와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이성과 감성을 가진 우리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노력과 조금의 인내가 힘을 합하면 나도 잉꼬부부가 될 수 있으리라. 우리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요, 기분의 존재다. 여기에 이성으로 조화를 시켜보자.
도를 닦는다는 즉, 감정을 억제하는 힘을 기르는 능력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너 그리고 내가 다정다감한 잉꼬부부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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