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속도의 시대라고 한다. 빨라야 생산성도 높아지고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이런 경향은 영국에 산업혁명이 나면서 증기 기관차의 출현으로 대량 수송이 가능해지고, 대량수송에 물량을 채우려니 ‘피스 워크’라든지 ‘라인 프로덕션’처럼 자기 앞을 빨리 지나가는 벨트위의 일을 해야 되는 제도가 생긴 이후이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 ‘더 빠른 것’이 경제적 성과와 이익을 높였고, 속도는 곧 효율의 상징이 되었다.
나는 얼마 전에 내 앞에 운전을 하고 가는 여성의 행태를 주의해 본적이 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고 왼손에 든 핸드폰으로 누구에겐가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빨간 신호등에 자기 차가 서면, 통화를 계속 하면서도 이젠 오른쪽 손으로 루즈를 바르는 등 화장까지 하곤 했다. 아! 얼마나 바쁘기에 저렇게 살까?
그러나 한국을 방문해 보면 지금 이야기 한 여성과 같은 미국 생활은 바쁘게 사는 축에 끼지도 못한다. 지하철을 타고 내린 후의 행렬은 그야말로 파도가 몰려다니는 것과도 같고 명상이라도 하고 걸어야 할 제주 ‘올레’ 길도 단체 관광단을 만나면 이건 마치 행렬 뒤에 무엇이 쫓아오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런 문화가 한국을 20세기에 선진국으로 가까이 다가선 두 나라 중 하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4월 하순에 서울에서 개최된 민주 평통 자문회의에 참석했다. 3박 4일의 빡빡한 일정을 끝내고 아내와 함께 일본의 오사까와 나라 지방을 여행하고 서울로 왔다. 역시 바쁜 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마련해 준 내 저서 ‘강물처럼 흐르는 기쁨’의 출판 기념회에 참가하고,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고 몇몇 지인들과의 식사 일정을 끝내고 나니, ‘씨티에스’ 기독교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 ‘내가 매일 기쁘게’ 의 녹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라고 하지만 45분간의 ‘토크 쇼’인지라 방송국 전속 작가와 대본을 준비하는 등 준비가 바빴다. 방송 녹화가 끝나는 날, 하루 푹 쉬려고 했는데, 녹화장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사람들 중 일부 극성 엄마들이 찾아와서, 그들에게 자녀 교육에 대한 비결을 개인적으로 특강(?) 해야만 했다.
그리고 미국에 돌아 와서는 전화도 꺼놓고 잠만 자면서 하루를 보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쉼’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쉬면서 생각해 보았다. 시간을 절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인터넷과 핸드폰 등 최첨단 전자기기의 혜택을 받고 사는 현대인들이, 왜 오히려 바쁘게 사는 것일까? 속도의 문화가 진정으로 현대인들을 더 행복하게 하여 주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피드의 일상은 오히려 현대인들의 삶을 좀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빠른 속도로 지속되는 일상 때문에, 우리들은 이제 신경쇠약, 만성피로 증후군 등 전에는 걱정하지 않던 병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우리는 속도에 중독되어 살아가느라고 마음의 평안과 균형된 삶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뉴 스타트’라는 건강 강좌로 유명한 이상구 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바쁘게 돈을 버느라 바쁘게 사느라 건강을 해 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건강을 잃은 후에는, 그 건강을 찾기 위해서 평생 모은 돈을 다 써버린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커다란 모순인가?
올 초봄에 심은 20 그루 이상의 나무가 싱싱한 새 순을 많이 배출했다. 뒤뜰에 심은 채소들도 푸르게 잘 자라고 있다. 며칠간은 집에서 쉬면서 화단과 밭 정리를 하면서 쉬려고 한다. ‘쉼’에서 얻는 재충전으로 올 여름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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