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한국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한 선박과 충돌하면서 기름이 유출, 인근 서해안이 기름범벅이 되었다. 양식장, 갯벌 등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많은 어민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생태계 파괴도 심각했다.
당시 미주 한인들은 전국 각 지역 한인회, 교회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전개,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잘한 일이다. 뉴욕한인회는 뉴욕교회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피해 모금 활동을 벌여 총 1만2,450달러를 마련했고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직접 피해 지역을 방문해 기름 제거 작업에 동참한 후 성금 2만 달러를 전달하기도 했다.
뉴저지, 메릴랜드, 필라델피아의 일부 한인들은 ‘서해안 재해지역 돕기 모금 미동부회’라는 임시 조직을 구성해 모금 활동을 펼쳤다. 미주 한인들에게 태평양 너머 한국 서해안에서 터진 이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4월 20일 미국 남쪽 멕시코만에서 원유시추 시설이 폭파하면서 기름이 유출되는 초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유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루 20만 갤런의 원유가 퍼져나가면서 멕시코만 일대가 급속히 오염돼 가고 있다. 기름띠가 본토 해안까지 밀려올 조짐을 보이자 인근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4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16개 부처의 연방정부 인력 2,000여 명과 군병력 5,000여 명, 방제 관련 항공기와 선박 300대를 투입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일 미시시피 주의 어부들이 잡은 새우에서 이미 디젤 기름 냄새가 가득하다고 보도했다.
똑같은 기름유출 사고다. 이번에는 우리들이 살던 나라 한국이 아닌 우리들과 자녀들이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많은 걸프만 어장이 폐쇄될 것이며 걸프만의 백사장은 검은 기름으로 뒤덮일 것이라 한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그 손해가 140억 달러에 가까울 것이라고 하는데 어민과 주민 등 우리의 이웃들이 실제로 겪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한인들이 한국 서해안 기름유출 때와 같이 가슴으로 그 아픔을 느끼고 있는지 질문해 보게 된다. 물론, 미국에 영주할 한인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만일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번 사고가 한인들에게는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와는 달리 ‘남의 일’이라는 인식 때문일 수 있다. 한인들에게 한국 뉴스는 가슴으로 보는 ‘내 일’이지만 미국 뉴스는 눈으로 보는 ‘남의 일’이라는 인식 말이다.
이 인식을 역으로 보면 미국인들에게도 한인은 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인들이 재난을 당하게 되었을 경우 우리 이웃인 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아픔은 눈으로만 보는 ‘남의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큰 낭패다. 한인들,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뿌리 내리고 살아가야할 곳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겪는 아픔이 우리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날이 오기 전에는 미국 땅에서 우리들의 토대는 없는 것이다. 토대가 없으면 기둥과 지붕을 세우고 덮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언제까지 한인들은 한국에만 눈길과 마음을 주고 미국에서는 주변에서만 서성거릴 것인가?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으로 미국의 우리 이웃들이 재난을 겪게 되었는데도 한인들의 가슴은 이들을 뒤로하고 태평양 건너에만 가 있다면 안 될 말이다. 멕시코만 기름유출사고 피해를 나의 일로 안타까워하며 한국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처럼 자원봉사 준비와 성금모금 운동을 펼칠 한인사회의 모습을 기대해본다면 한인들의 속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일까.
박선근
좋은이웃되기 운동 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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