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께서는 1545년 4월 28일(음력 3월 8일)에 태어나셨으니 2010년 4월 28일은 탄생 465주년이 되는 뜻있는 날이다. 이날을 맞아 충무공께서는 어떠한 성품으로 어떻게 일생을 경영하셨기에 그처럼 드높은 경지에 이르셨을까 조명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이순신에 대한 역사적 기술과 평가도 시대와 함께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순신 전사 후 이씨 왕조 후반기에는 임금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고전적 충신 ‘충무공’으로 충효사상의 표본으로 숭앙을 받으셨고 해방 이후 반발 보상 심리가 작용한 탓일까 무패의 명장, 구국의 은인 그리고는 ‘성웅’으로 지극한 높임을 받으셨다. 그러나 공의 인간적 면모에 대한 조명을 등한시하여 우리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따를 수 없는 절벽의 격리감을 만들어 놓은 어리석음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 요즈음 본국에서는 학교와 군에 이순신 연구소가 부설되기도 하고 많은 기업이 이순신 리더십을 배우고 따르기에 힘쓰고 있어 이제는 ‘생활 속의 이순신’으로 가까이 와 계시니 참으로 반가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에게서 배울 덕목이 어찌 한 가닥 리더십뿐이겠는가? 마침 필자가 전인교육(全人敎育)이라는 현대 교육 사조의 기본을 배운 탓일까, 세월을 기울여 이순신을 살피고 더듬어 도달한 결론은 이순신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가 인류 역사상 시공을 초월하여 비견할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지극히 높은 인격적 완성도’를 구현하신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순신은 이야기의 대상을 넘어 오늘에 배우고 본받을 큰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고 단언한다. 즉 이제는 ‘교육 이순신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면 결점을 찾을 수 없다는 그분의 성품을 단 세 가지로 줄여 말하기도 또한 지극히 두렵고 송구한 마음이나 강조법의 하나라고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첫째, 이순신을 가장 빛나게 하는 성품은 단연 성자(聖者)의 경지에 이른 공의 인간애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순신의 충성의 진정한 대상은 임금이나 중앙의 관료 집단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인 일반 백성이었고 그래서 공은 항상 헐벗고 가난한 백성이나 힘없고 초라한 부하들 편에 서 계셨다.
백의종군의 단초라고 할 수 있는 한산도 삼도 수군통제사 해임 구속 사건은 단순한 왕명 불복종 죄가 아니라 수천의 백성(병사들)의 생명을 초개처럼 경시하는 전제군주의 횡포와 인명을 지극히 존중하는 이순신의 애민사상의 정면 충돌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순신은 고집스럽게 원칙에 집착하여 융통성을 백안시 하신 듯하다. 외곬원칙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원칙주의로 군말과 토를 달 필요 없이 효율적인 단순의사 결정방식의 이점과 엄격한 자기관리의 기본으로 삼으신 듯하다.
오늘날 국정이나 사회공론의 논의를 보면 사족에 사족을 달고 예외에 또 예외를 더하며 지역 또는 개인 이기주의까지 보태어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어지러운 현상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셋째, 이순신 인격 완성의 결정적 요소는 단연 공의 헤아리기 어려운 한결 같은 겸손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된다. 공은 이 마음가짐으로 온갖 계층의 민초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망을 받아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그 처절한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적을 막아 백성을 보호하는 장수의 본분인 어적보민(禦敵保民)의 책임을 완수하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이순신은 지난 역사의 전설이 아니라 오늘에 생생히 살아 있는 교훈이며 인격 완성의 표본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순신을 다시 생각하고 살펴봐야 할 절실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내원
이순신 숭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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