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혜경 보살 등, SC노인회서 타이치 맛보기
산타클라라한미노인봉사회(회장 성안평) 주차장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동안 희한한 풍경이 벌어진다. 성 회장을 비롯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혹은 보통체조를 하듯 혹은 고전무용을 하듯 팔과 다리와 허리와 무릎 등을 오므렸다 폈다 올렸다 내렸다 몸을 쓴다.
평소 운동에 소홀한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히 한다 하는 분들도 그 작고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 하나하나가 보기보다 쉽지 않음에 연신 고개를 흔들고 간혹 한숨을 내쉰다. 많을 때는 스무명 남짓, 적을 때는 열명 안팎. 태극권(타치이추안 또는 타이치) 강좌다.
한국일보가 다리를 놓고 산타클라라카운티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후원하는 가운데 서니베일 태극권대학원 소속 사범들이 지도하는 이 무료강좌는 지난해 9월 말 시작돼 오는 5월 중순에 끝난다. 여기서 배우는 타이치는 간화8식. 양가 간화태극권 24식 가운데 노인들의 낙상방지를 주목적으로 오리건연구소 푸종 리 박사가 재구성한 것이다.
타이치가 심신건강에 탁월한 효험을 낸다는 건 이제 뉴스가 아니다. 하버드의대 등 여러곳에서 잊을 만하면 타이치 특효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타이치는 그저그런 운동이 아니다.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태극사상이 그 바탕이다. 음양의 조화는 곧 우주의 법도다. 그러므로 타이치는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의 조화, 즉 나를 우주의 질서 속에 편입하는 하나의 체계다. 우주의 질서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런저런 관점에서 타이치를 깨달음으로 가는 또다른 방편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움직이는 참선(動禪)이란 말도 거기서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태극권에서 곧잘 거론되는 사기종인(舍己從人)은 나를 버리고 상대를 따른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상대의 그림자가 돼 상대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면서 빈틈을 보아 일거에 제압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 무아집(無我執)과 일맥상통한다.
SC노인회 타이치 클래스에 불자들이 자주 참가한다. 청전 거사는 거의 개근생이다. 요즘은 뜸하지만 한혜경 보살, 원만화 보살, 덕송 거사와 대승월 보살, 자현화 보살, 청정해 보살 등이 간간히 참여했다. 물론 깨달음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차츰 말을 안듣기 시작하는 몸을 추스르기 위한 수련이겠다. 그러나 상구보리 하화중생 다 떠나서 형체없는 내 마음 하나도 어찌하기 힘들다는 걸 마음공부를 통해 늘상 느끼듯이, 간간이 한번 몸공부를 통해서는 내 몸뚱이 하나도 뜻대로 안됨을 절감하면서 이 공부 저 공부 둘이 아닌 그 공부는 시나브로 깊어질 것이다. 마음과 몸이 곧 둘이 아니거든 마음공부와 몸공부는 어찌 둘일 수 있으랴.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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