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인생길에서 막힌 장벽을 두고 고민을 거듭할 때였다. 같은 성경 공부 그룹의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기도를 부탁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개인 신상에 관한 일인만큼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교회 생활에서, 한 사람이 알면 모든 사람이 알게되는 일이 허다하다. 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털어놓은 나의 비밀이 나중에는 뉴스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자신이 비밀히 한 이야기가 떠돌아 다닌다는 것을, 자기 자신만 모르고 있을 뿐인 경우도 있다. 어떤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도 그 사람을 도우는 길이다. 침묵은 황금이라하지 않던가?
오래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유가족을 위해 영어 통역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도중 하차했다. 나중에 얼마를 보상받았는가를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받는 보상금이 얼마였다는 것이 나의 입을 통해 한인 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않았었다. 지금도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모르고 있다.
심지어 “카더라 통신”이라는 말도 있다. “…라고 하더라”는 추측성 소문을 말한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남의 이야기가 그 사람에게 독이 될수도 있다. 옛날, 컴퓨터가 일상 생활에 들어오기 전, 회사에는 “비서”라는 직업이 있었다. 보스들의 공문을 타자쳐주고, 각종 행정적인 일을 보조해주던 역할이었다. 비서는 글자 그대로 비밀을 취급하는 직업이다. 영어로도 시크릿 (secret)을 취급한다고 해서 세크러터리 (secretary)라고 하는데, 이들을 통해서 보스의 업무상 비밀이 소문으로 새어나오곤 했었다. 요즘은 e-메일로 보스가 직접 주고 받게되어 이 비서 직종도 사라지고. 소문듣기도 힘들어졌다.
최근 천안함의 침몰 사건으로 언론의 취재 경쟁도 뜨겁다. 그런데, 무차별적인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반성해야할 점도 많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다. 비록 미국과 북한이 휴전 협정에 서명했지만, 남북한 간에는 지난 60년간 전쟁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민감한 사안들이 보도될 때에는 놀라기도 한다. 거기다, 군인들이 무심코 말한 이야기가 특종이 되어 나온다. 국익을 위한 국가 기밀 사항이면, 보도를 삼가하는 판단력과 슬기로움도 갖춰야하는 한국 기자들은 자신들의 특이한 위치를 깨달아야할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 학송 의원은 마치 국방 평론 위원인 것처럼 많은 군사 기밀 사항을 언론에 말함으로써 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회 의원은 국가 비밀을 보호해야할 책무가 있다. 군은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미숙해 그저 언론에 밀려 이것 저것 다 내어 놓는 일까지 발생한 것을 보면, 북한의 언론이 오히려 프로급이라고나 해야할까?
옛날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저자 미상의 시조가 한편 떠오른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인생은 정말 말의 잔치다. 부부간의 사랑의 말도, 증오의 말도, 모두 말의 잔치를 이루며 대하 소설을 이루고있다.
천안호 침몰 관련 기사 중 놀라움을 금치 못한 기사는, 실종자들이 사망했을 경우 얼마를 받느냐는 기사였다. 군 하사관이 자기 집 장만도 어려워, 정부 제공 군인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침몰 사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전사자로 치면 얼마, 그렇지 않을 경우 얼마를 받을 것이라고 하는 기사를 접하며 이러한 것까지 대중에게 알려야하나 싶었다. 아무리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하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 가족들이 어린 자식들만 키우다 가장을 잃은 변을 당했는데, 받을 보상금까지 보도되었으니 사기꾼들의 먹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접근한다든지, 투자를 해보라는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다 날리면 국가위해 희생한 가장을 또다시 희생시키게된다. 그러므로, 언론은 약한자를 보호하며, 무엇이 국익을 위하는 길인지 판단하고, 밝은 사회 건설을 위해 어떤 기사를 실어야할지 때때로 고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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