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 한국에 있는 친척들과 일본의 후쿠오카 지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황 온천이 많이 있는 ‘벳부’에 머물며, 호텔 옥상에 있는 노천장에서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하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일본 유일의 활화산인 ‘아소‘산에 올라 아직도 분화구에서 화산연기를 내 뿜는 자연의 신비를 체험한 것도 좋은 추억 거리가 됐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하던가?
문제는 마지막 날 저녁에 일어났다. 그날 마지막 관광 코스로 간 곳이 ‘카널 시티’란 백화점이었는데, 미국에 있는 대형몰에 비하면 크기나 상품 진열면에서 그리 돋보이는 것이 없었다. 오직 백화점 맨 아래층에 물이 흐르는 운하를 설치한 것이 이 백화점을 운치 있게 해주는 특색이었다. 구경이 끝난 후 우리는 백화점 이층에 있는 스시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후에 계산대 앞에서 나는 크레딧 카드로 식사비를 내려고 했다. 여종업원은 매몰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크레딧 카드를 안 받는다니 이상하게 생각하며 나는 100불짜리 미화를 내밀었다. 여 종업원은 역시 머리를 가로로 흔들었다. 내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본 장인 어른이 다가 오셔서 일본어로 대화를 했다. 장인어른에 의하면 이 가게는 오직 일본 엔화로만 결재를 한다는 것이었다.
관광 코스로 지정된 백화점에 있는 식당에서, 크레딧 카드와 미화를 안 받는다니 이럴 수가 있느냐고 매니저에게 따지니, 일층에 있는 은행에 가서 엔화로 바꾸어 오라고 한다. 귀국하는 날이라 남은 엔화를 모두 한국 돈으로 바꾸었는데, 다시 한국돈을 엔화로 바꿔 오면서 일본의 고객 서비스와 경쟁력이 이 정도니 이제 일본이 망하는 날도 멀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후쿠오카의 모든 관광 안내 표시가 일어와 한국어뿐이라 우리와 동행했던 미국인들이 불편해 하던 생각도 나서 마지막 날 일본에 대한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1월 도쿄 긴자에 있는 세이브 백화점이 연내에 문을 닫는다는 기사가 났다. 한때 아시아 최고의 패션 백화점이었던 세이브가 문을 닫는다면 일본 백화점업계의 경영 상태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1위의 고령화 현상과 저출산율에 이어 이제는 저생산성과 뒤지는 고객 서비스 정신이 일본 백화점업계의 폭락을 가져 온 것이다. 일본 백화점업계는 지난해에 매출이 전년대비 10.8% 줄어들면서 12년째 매출 감소세를 이어왔다. 한때는 한국 백화점들이 일본 백화점을 벤치마킹해 왔으나, 이제는 영업 실적면에서나 고객 서비스면에서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백화점 업계는 전년대비 10.5%의 성장률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고, 한국 롯데백화점은 매출규모로 세계 10대 백화점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드디어 일본 백화점업계는 “한국을 배우자”는 슬로건을 걸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이철우 사장을 초청해 성공의 노하우를 듣는 경영강좌를 듣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일본이 한국 빙상계로부터 한수 배워야 한다는 지탄의 소리도 높았었다. 그러나 이젠 백화점업계나 빙상계만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한국을 배우자”로 정하고, 경제 산업성내에 한국 전담부서인 ‘한국실’을 살치 하기로 했다고 3월 20일자 시사통신이 전하고 있다
조선업계와 전자업계 원자로 산업을 한국에 추월당한 후, 도요타 리콜사태로 초비상 상태에 처한 일본정부가 한국에서 배우자고 ‘한국실’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36년간의 식민지 통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유린하고, 지금도 독도 문제로 우리 한민족을 괴롭히는 일본을 생각할 때에 통쾌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라고 변화무쌍한 세계경제 무대에서 자만하기에는 아직 이를 것이다. 올해는 특히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써, 이젠 경제적으로 만이 아니라, 정치적 리더십으로도 세계 속에서 우뚝 서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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