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한국에 가서 6년 만에 부모님을 뵙고 돌아왔다. 90대 초반인 아버님과 80대 중반인 어머님은 “아직도 살아 있어 큰 골치 덩어리다”라고 한탄하시면서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셨다. 한국에 사는 자식들은 물론이고 미국에 사는 아들까지 오게 해서 마음이 불편하신 모양이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병원에 자주 가시고 치료비를 자식들이 부담하다보니 자식들에게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부모님을 오랜만에 뵙고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은 사는 이유가 분명하고 보람이 있어야 살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시골에 사시는 저의 부모님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쌀과 김치를 매년 보내셨다. 그런데 작년에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시면서 자식들에게 더 이상 쌀과 김치를 보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삶이 가치 없게 생각되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모님은 자식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셨다. 그런데 이제는 자식들에게 부담만 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되자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님의 공통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님은 이웃과도 열심히 나누셨습니다. 추수할 때면 동네 사람들에게 채소와 벼 그리고 볏짚을 나누어 주시느라 바쁘셨다. 자식들이 선물을 가져오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렇게 사신 덕분에 어머님이 편찮으시면 동네 사람들은 줄지어 문병을 온다. 부모님이 또 다시 빨리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에 아무리 살아 있음이 부담스러워도 “그래도 사셔야 하는 이유”를 말씀 드렸다. 부모님은 살아 계시는 자체만으로도 자식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단다. 자식과 이웃에게 끝없는 사랑을 나누어 주시기에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고 말이다.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 되어도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어찌 개인에게만 해당되겠는가? 단체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이 삶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하신 것처럼 제가 섬기는 공동체의 존재 가치를 물어 본다.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의 대답이 정확할 텐데 몇 사람이나 긍정적인 대답을 할 지 궁금하다. 그러나 적어도 한 분은 있는 것 같다. 그 분은 영어 강좌를 이끌어온 세인트 조지스 연합감리교회의 에버렛 홉슨 씨이다.
홉슨 씨는 금년에 88세가 되는 분으로 미 해군 법무관으로 은퇴하신 분이다. 8년 전 처음 영어 강좌가 시작될 때 도우미가 되겠다고 자원하셨다. 가르치고 봉사하실 분들을 구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매 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교회에 와서 영어강좌 진행을 지켜본다. 이 분과 다른 자원 교사들의 수고로 그 동안 영어와 봉사 정신을 배운 분들이 약 2천명에 달한다. 홉슨 씨는 하나님이 영어강좌 사역에 자기를 불렀다고 고백한다. 은퇴 계획을 물으니 자기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하겠다고 말한다.
개인이나 단체가 사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존재 가치가 전혀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있어야 될 이유가 분명하다면 아무리 보잘 것 없이 보여도 반드시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이나 그 단체가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기 때문이다. 오는 3월 21일 오후 5시에 새빛교회 창립 8주년을 감사하는 예배를 드린다.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주님과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세상 사람들에게 빛이 되고 희망을 주는 공동체가 되고 싶다. 공동체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께 기쁨과 보람이 가득하길 빈다.
김용환 목사
새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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