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사자들이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라고들 하는데 거기에 첨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잠시 고민도 해 봤지만, 지난주 신문 1면에 정체불명의 단체가 발표한 내용을 접하고 나서 “싸우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다”라고 하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바로잡기엔 지면이 좁아도 너무 좁다.
다음은 신문에 실린 내용이다.
“민간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는 3월12일 친북 반국가행위 인명사전에 수록될 1차 명단 100명을 발표했다. 추진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 반국가 행위 증거가 있는 인사 중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를 대상으로 1차 수록 예정자 100명을 공개했다. 추진위는 국가정체성 훼손 행위를 민간 차원에서 조사, 재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08년 발족했다.”
먼저, 왜 이들은 이런 명단을 만들게 되었는가.
이들에 앞서 2009년 11월 민족문제 연구소(소장 임헌영)에서는 3,000여종의 방대한 자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8년여에 걸쳐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였다. 반민족행위자 명단이 발표되기까지의 방해와 곡절은 익히 알려진 것 이상으로 집요하고도 교묘했다. 음습하고 추악한 역사를 밝은 세상에 내놓기가 쉽지 않음을 모를리 없는 그들이 마땅히 설명해야 할 명분을 찾는데 혈안이 되었고, 급기야는 민족 간의 이간질로 시간을 벌어 망각의 도주로를 마련코자 전가의 보도인 `친북’ 딱지와 `반국가행위’의 카드를 꺼내든 게 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이들이 내세우는 기준은 무엇인가.
추진위는 “현재 생존해 있어 영향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국가변란을 선동한 경우(반국가행위)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영향력이 크다함은 그분들이 현재 국민들로부터 어떤 지지를 크게 받고 있다는 뜻인데 지지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뭘 어찌하겠다는 것이며, 반국가행위에 대한 것은 헌법기관에서 다룰 문제이지 취지와 구성원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단체에서 몇 명이 모여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 요사찰 리스트 같은 것을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응분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알고 있는가.
당신네들이 발표한 분들이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지 정녕 몰라서는 아닐 테고, 그렇게 발표하면 국민들이 동조하리라 믿고 있는가,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당신들이 국가를 이용하고 민족을 팔아서 사리사욕을 채우고, 지금도 그 못된 버릇을 못 버리고 천민자본까지 가세하여 혹세무민을 탐하는데 썩어질 육신을 부지하는 동안에도 명단 중의 대부분은 개인의 영달보다는 민족의 장래를 숙고하고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시대의 지성임을 그분들의 수많은 저서와 활동을 통해 국민들이 알고 있거늘 그 더러운 손을 당장 걷어 치우라.
이들에겐 역사와 민족 등 전통적 가치에 바탕을 둔 국가관은 없고 오직 통치행위자로서의 가설적 국가만 있을 뿐이다. 이들의 머리에는 실체적 지배 범위 내에서만 기민해진다. 집안 싸움에만 능하고 밖에 나가면 한없이 작아지니 언제라도 자기들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거나 배치되는 것에는 지체를 불허한다.
당신들 기준대로 하다보면 100명 가지고 되겠는가, 5천명으로도 부족하고, 퇴임 2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비극적으로 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했던 직접 추모객 600만이 그들일 것이오, 역사책에서나 사회시간에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요, 압록강, 두만강까지를 우리 민족의 영토로 알고 배운 5,000만 국민 모두가 친북이 아닐까.
강창구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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