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 바르셀로나에 왔습니다. 비엔나가 모차르트의 무대였다면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캔버스일 것입니다. 150여 년 전에 태어난 한 천재 건축가의 작품들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18세기 모차르트로 인해 지금도 비엔나가 융성을 누리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하늘이 낸 천재의 손길을 실감합니다. 모차르트도 마찬가지지만, 천재는 광인(狂人)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제껏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강렬한 개성이 작품마다 뿜어져 나오면서도 전체적인 균형미가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아놓습니다.
K형, 가우디의 작품엔 직선이 없습니다. 앞은 들쑥날쑥하고, 바로크 양식으로 보이는 외관은 얼핏 불합리해 보입니다. 기하학적인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적인 곡선을 마음껏 부렸습니다. 사이사이에 오브제 같은 기묘한 형태의 모자이크와 채색글라스가 자연광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작품 속엔 들풀이나 잠자리 같은 들 벌레들이 살아있습니다. 발코니 창들은 동물의 뼈마디나 사람의 해골을 연상케 합니다. 통로는 넘실대는 큰 파도 속을 들어가는 듯하고, 종유석이 달린 동굴 같기도 합니다. 주먹만한 자연석들을 포개 쌓아 소용돌이 쳐가는 바람벽을 만들고, 나선형 기둥들을 날렵하게 세워놓았습니다. 동화 속 요정들의 숲에 들어온 듯 맑은 휘파람소리가 납니다.
K형,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장난감도 친구도 없었다고 합니다. 혼자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자연을 벗하고 가까이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고 하지요. 하늘과 구름, 나무와 곤충들이 훗날 그의 건축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무리 아름다운 돔이라도 해골의 내부에 비할 수 없고, 어떤 건축물도 산의 안정감에 못 미친다고 믿었습니다.
가우디는 균형미의 신봉자였습니다. 디자인과 구조의 균형. 그가 파격적인 곡선미를 구현했음에도, 중력의 법칙에 따른 안전구조설계를 엄격히 지켰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이며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성가족 성당의 종루는 옥수수형 포물선으로 젖은 모래를 떨어뜨릴 때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그 모형을 만들면서 탑과 전체 부분에 추를 중간 중간 매달아 그 휨의 강도를 면밀히 측정해 나갔다지요. 쉼 없는 작업으로 만든 모형은 현대첨단 구조계산에서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완벽한 균형감각입니다.
또 놀라운 건 백여 년 전에 이미 재활용 건축자재들을 쓴 그의 환경의식입니다. 세라믹 타일이나 도자기, 벽돌들을 공장에서 버린 걸 수집해 썼습니다. 원자재를 아끼고 비용을 절약하려는 환경보호의 선견지명이 지금 더욱 돋보입니다.
K형,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서 그의 천운은 구엘이란 후견인을 만난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건축을 가능케 한 장본인이지요. 파리 박람회에 낸 젊은 가우디의 작품을 보고 감동한 구엘 백작은 그 후,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를 넘어 예술을 위한 동지로 발전합니다. 당시 가우디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밀어주며 기념비적 건축을 맡깁니다. 모차르트도 누리지 못했던 행운을 그가 누린 셈이지요.
벗이여. 해가 눈부신 오후, 가우디가 친구 구엘을 위해 지었다는 구엘 공원에서 한 나절을 보냈습니다. 자연과 한 몸 같은 동화 속 조형물 속에 머물며 내내 가우디의 말을 생각했습니다. 내 스승은 자연입니다. 조물주께서 인간을 자연과 함께 살도록 지으셨으니 자연을 본받는 게 순리입니다.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짓는 게 내 할 일입니다. 하늘하늘 풀벌레가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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