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장 러밍은 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볼 일을 볼 때면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것 같은 괴상한 기구에 올라탄다. 상하이의 복잡한 교통체증을 뚫고 쏜살같이 달려갈 수 있어 편리한 전기 자전거이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 수퍼바이저 위원회 의장인 데이빗 추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 회의들에 참석한다.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니 양복이 땀에 젖을 일이 없다. 그런가 하면 네덜란드에서는 71세의 제시 비젠비크-포에트라는 할머니가 일반 자전거로는 엄두도 못 낼 먼 거리를 전기 자전거로 여행한다.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급속히 파급
교통체증 피해갈 수 있어 도시에서 인기
안전문제·사용배터리 폐기 문제가 숙제
디트로이트에서는 전기 자동차 모델 개발에 열심이고 중국에서는 고속도로를 넓히고 기차를 늘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편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이 전기 자전거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애용하고 있다.
시작은 중국이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1억2,000만대의 전기 자전거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1990년대의 수천대가 이렇게 늘어난 것이다. 전기 자전거는 전통적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급속히 따라잡고 있고, 자동차 운전을 줄이고 있다.
중국에서 붐을 일으킨 전기 자전거 산업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면서 인도, 유럽, 미국 등지에서 판매고가 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존재자체가 없던 전기 자전거가 전 세계적으로 110억달러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힘 안들이고도 언덕을 거뜬히 올라가는 전기 자전거의 편리함에 매료된 한편, 자전거 제조업체들로 보면 전기 자전거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대당 1,5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우선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배터리 등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해 자전거에 쓰인 비용 중 1/3은 전기 자전거에 들어간 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사한 추세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대두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에서는 2년 전까지 사실상 한 대도 팔리지 않았지만 활발하게 커지는 이 시장에서 판매는 급속히 증가, 내년이면 유럽을 능가할 수도 있다.
“지난 2년간 상승세가 엄청났다”고 인도 최대의 자전거·오토바이 제작사 산하 히어로 전기의 총무과장인 나빈 문잘은 말했다. 히로의 판매량은 2009년의 10만대에서 2012년이면 25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
미국 내 전기 자전거 시장은 차분한 편이다. 지난해 20만대 정도가 팔렸다. 그러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베스트 바이가 샌프란시스코, LA 포틀랜드 등지의 19개 매장에서 전기 자전거를 팔기 시작했다. 위스콘신 소재 자전거 업체인 트렉은 유명 자전거 디자이너인 개리 피셔가 고안한 자전거를 최근 팔기 시작했다.
전기 자전거가 도시에서 자전거에 대한 개념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빗 추는 말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디자인들이 가벼워지면서 나이든 연령층에 어필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에 내놓을 만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전기 자전거는 현재 두 가지 타입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페달이 달린 일반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으로 전기 모터가 달려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타입으로 일반 자전거처럼 타다가 바람이 거셀 때나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반면 중국 모델은 스쿠터 비슷한 큰 모양이다. 이들 대형 전기 자전거를 타면서 사람들은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전적으로 배터리의 힘으로 달린다. 최고 시속 30마일로 한번 충전하면 50마일 정도 달릴 수 있다.
이들 대형 전기 자전거가 세계 교통수단 계획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자전거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안전문제를 고려해 금지시켜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타협안으로 이들 자전거를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금지하고 일반 도로에서만 허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도시들도 있다.
그렇다고 환경을 생각해서 전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중국에 거의 없다. 상하이의 마케팅 매니저인 장 루밍은 자동차 대신 전기 자전거를 선택하면서 환경은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단지 편리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다. 먼 거리를 가더라도 자동차를 탄다고 시간이 절약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 자전거는 자동차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야기시키는 개스 배출량이 적다. 그러나 이들 자전거도 오염 문제가 없지 않다. 일반적 중국 전기 자전거는 폐기되기까지 5개의 납 배터리를 쓰게 된다. 각기 20~30파운드의 납을 포함한 배터리다.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서 이들 배터리로 인한 환경오염 위험은 높다.
안전 또한 점점 문제가 되고 있다. 전기 자전거 타는 사람은 자동차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로 죽거나 부상당할 위험이 높다. 전기 자전거 이용자가 늘면서 중국에서는 관련 사망 케이스가 늘고 있다. 게다가 전기 자전거 인구가 종종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면서 그 보다 느린 일반 자전거와 보행자들과 뒤섞여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은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에서도 비슷하다. 전기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일반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그 결과 토론토를 비롯한 몇몇 캐나다 도시에서는 전기 자전거를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뉴욕이나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자전거로 자전거 전용도로에 들어섰다가 일반 자전거족들로부터 눈총을 받거나 심하면 위협을 당하는 일도 있다.
한편 자전거 타기를 운동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전기 자전거에 대해 탐탁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배터리 힘으로 가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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