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예쁘고 몽실몽실한 무지개실 한 타래로 손가락 뜨개질을 시작하였다. 내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다섯 손가락을 쭉 펴서 벌리게 하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실을 걸기 시작하여 상대와 내 손이 하나가 되어 함께 실뜨기를 하여 예쁜 무지개 머리띠나 허리띠 등을 만들었다. 특히 꼬마 친구 Rustin이 참 좋아했으며 손가락 뜨개질에 재미가 깊어져 내 가방을 꼭 들여다 보곤 했다.
하기는, 바느질 할래, 아님 공부할래 하면 ‘후자를 택하겠노라’ 고 했던 내가 실과 대바늘을 든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뜨개질을 많이 하셨다. 겨울에는 소품으로 모자, 목도리, 장갑, 양말 뜨는 것을 가르쳐 주시며 빠진 코도 표하나 안 나게 요술처럼 잘 고쳐주신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밤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어머니 손에는 색동바지가 완성 되어있고 예쁘고 따스한 스웨터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 솜씨에 어린 나는 늘 감탄하였으며 어머니가 털실바구니를 열어 뜨개질을 시작하면, 옆에 앉아 따라 장이 노릇을 열심히 하곤 하였다.
어제는 본격적으로 Crafts store에가서 새 대바늘이랑 실타래 두 뭉치를 사왔다. 요즘 유행하는(fun fur) 실로 뜨는데 얼마나 부드럽고 몽실몽실한지 점점 길어져 가면 얼마나 더 떠야 하나 재본다. 옆에 있는 아이 목에 걸어 길이를 재며, 손 뼘으로 길이를 재시던 어머니의 마음도 읽어 본다.
외로 바로 실을 타는 동안 손놀림의 반복을 계속 한다. 단순노동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예쁘게 잘 마무리 지어야 할 작품처럼, 나의 길고 긴 삶의 여정을 잘 가고 있는지 말이다. 완성하지 못하고 가다 멈출지라도 여유 없이 밀려가기만 하는 듯한 삶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
정성이 가득 담긴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운 만큼이나 지금 많이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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