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수 6.15 실천 해외측위원회 사무국장
지역 언론에 ‘한미 FTA 미의회 비준 버지니아 준비위원회’가 발대식을 갖는다는 보도를 접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시기 시작하고 체결된 한미 FTA는 3년여가 지나도록 미 의회에서 비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비준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한미 FTA 미의회 비준을 위해 국내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아직도 많은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왜 한미 FTA 한국 국회 비준 과정이 폭력의 장으로 변한 것일까?
이것은 한미 FTA가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잠재력에 아직도 한국사회가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협정을 주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1월 세계적 금융위기가 왔고 한국 경제와 금융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 전제하며 “한미 FTA를 살려 갈 생각이 있다면 먼저 비준을 할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의 독소조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다행히 금융제도 부분에 그런 것이 없다 할지라도 지난번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한 아쉬운 것들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협상의 결과는 영구불변의 진리도 아니며 끝까지 지켜야 하는 원칙에 관계된 것도 아니다. 협상은 탁월한 현실 인식에 따라 우리가 지금 어찌 하는 게 현명한지를 상황 변화에 따라 자유롭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도 한미 FTA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몇 가지 주요 사항, 예를 들면 쇠고기, 자동차, 환경, 노동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뿐이다.
반대하는 의원들을 못 들어 오게 국회 문을 잠그고서까지 비준을 서두르고 통과시켜야 만이 한국에게 이득이 되는 현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미 FTA의 득과 실이 무엇이냐는 문제를 떠나서 이 협정은 한국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협상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나라 간 협정에서 한국에 이익이 되는 것은 미국에 불리하고 미국에 이익인 것은 한국에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이 요구한 4개 선결조건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유예, 스크린 쿼터제 축소, 의약품 약가 산정기준 개선 등을 양보하였다. 허나 미국은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생각되는 것에 대해 추가 협상이나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에는 한국에게 불리한 것이 무수히 많이 있다. 또한 한미 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5년, 10년, 15년의 기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고 그러므로 비준을 서두르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 말해선 안 된다고 한다.
국가의 정책은 상황이 변하면 그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재검토되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 실용주의고 국익인 것이다. 굳이 재협상 운운하지 않더라도 지금 시점에 미 의회의 비준을 위한 집단적 행동은 한국 국민들에게는 별 이득이 없다. 더더욱 동포사회가 나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
워싱턴 동포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특수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큰 장점이며 단점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 내 정치 상황에 민감하고 한국 정부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 FTA가 체결된 지 3년이 지나고 있고 국회 비준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4천5백만 국민들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항이다. 과연 워싱턴 동포사회가 나서 FTA 준비위 발대식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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