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버티고 있는 중년 남성들에게-
“정말 답답하고 힘들어요. 아직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집에 있으려니 답답하고 식구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아내는 일 하러 갔다 들어오면 집안 일을 하나도 안 하였다고 구박하고 아이들은 내가 집에 있는데도 자기네 방에서 나오지도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비참한 마음을 갖기 싫어서 모임을 피하고 있어요. 그냥 답답해서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네요. 왜 사는가 싶어요.”
요즘 상담소에서 중년 남성분들에게 자주 듣는 고백이다. 그들도 젊었을 적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사회와 가정에서 그래도 웬만큼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난에 의해 직장을 잃거나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몰라 불안한 중년 남성들이 늘어간다. 이런 이유로 많은 남성들이 심리적, 경제적 부담감 속에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국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버지의 역할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이었다. 이런 역할만 잘하면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맞벌이가 필수적이 되었고, 돈을 버는 역할을 분담하다 보니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가 약해지고 있다. 특히 가장으로서 가족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 했을 때, 가족으로부터 오는 불만과 원망으로 남편의 자리는 더욱 약해지게 된다.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힘이 떨어지면서 중년 남성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더 많은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되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 남성들은 한국에서 배웠던 “가부장적인 가족구조”에 익숙하여 가족으로부터 그에 맞는 대접을 받고자 한다. 만약 가족들이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으면 남편과 아버지로써 권위와 힘을 잃었다고 느낀다. 또한, 그들은 미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이민자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경험함으로써 자주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한국에서 전업 주부였던 아내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의해 직장 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전통적인 가장의 역할이 분담되고 그 역할에 따라왔던 권위와 힘도 분담된다. 더구나 자기 주장을 점차 분명하게 표현하는 아내가 남편인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생각하며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가족원의 역동성이 변화하면서 중년 남성들은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이 무참하게 짓밟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자신들의 아버지들이 마땅히 누렸던 “권위와 힘”을 그리워하면서 그런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불만과 분노를 가지게 된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 사는 한국인 가정 중 “가부장적인 가족구조”를 갖고 있는 가정에 일어나고 있는 아내 구타를 포함한 가정 폭력이 “평등적인 가족구조”의 가정보다 4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상한 감정이 가정 안에 파괴적으로 표현될 때 가정 안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예전에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시대”는 지나갔고 현대 사회에 맞게 남성들의 역할이 변화되어 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 동안 자신들이 살아왔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요즘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중년남성들에게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한문으로 위기(危機)가 위험과 기회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위기는 위험한 상황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공을 위해 돌진했던 중년남성들이 이 위기를 통해 인생의 참 기쁨과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음을 열어라. 사랑한다고 고백해라. 대화를 나눠라. 아픔을 나눠라.
채기병
워싱톤가정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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