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가을 하늘과 형형색색 물들이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가슴이 여려지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방랑자의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아직은 청춘인 것 같다. 하지만 기실 현대사회에 필요한 특출이 한 가지만 잘하는 것이 사회생활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때 내가 상당히 초라함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9월17일 케네디센터에서 오페라(The Barber of Seville) 감상을 시작으로 9월26일에는 내셔널 심포니(National Symphony Season Open Gala)의 피아노 천재(Evegeny Kissin)의 연주를 감상하였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평에 의하면 손가락이 물 흐르듯이 연주함이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고 호평하였다. 그러나 음악에 아마추어인 내가 듣기에 내셔널 심포니 연주도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는데 기자는 오케스트라 소리가 가운데로 모아지지 않았다는 평에 역시 전문가의 귀는 다르다고 느낀다.
10월10일 보스턴으로 비행기타고 날라 가서 보스턴 심포니 연주를 감상했다. 30세 젊은 신예(Vasily Petrenko)의 객원지휘에 실망하였으나, 라흐마니노프의 역작(The Isle of the Dead)을 지휘할 때 음악해석과 더불어 천재성이 품어내는 지휘는 오케스트라 멤버와 관객들을 사로잡음에 부족함이 없어 기립박수를 약 10분간 받았다. 그는 이미 미국 유명한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로 2010년까지 미국을 순회할 스케줄이 다 짜였다. 보스턴 홀은 꼭 오스트리아 빈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처럼 그리 크지도 않은 유럽풍으로 관객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홀이다.
10월16일에 케네디센터에서 뉴욕심포니 단원과 지난해 북한과 대한민국에서 연주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막 이제 은퇴하여 내셔널 심포니 객원지휘자로 초청받은 지휘자(Maestro Lorin Maazel)의 공연을 감상하였다. 노장의 원숙함과 더불어 카리스마하게 지휘하는 모습에 관중들은 탄식을 자아내는데 특히 첼로 수석 연주자(David Hardy)가 연주 내내 존경스런 눈으로 지휘자를 보며 연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내셔널 심포니 공연 참관 시 지휘자의 지휘보다는 그만의 연주로 상당히 자존심 강한 연주자로 보여 왔었다. 10년 전 아들 요셉의 레슨을 위해 만났을 때 도도함과 거만(?)함에 기가 눌렸지만, 그 이력을 보니 차이코프스키 경연대회 입상과 현재 피바니 교수로 있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다.
10월29일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객원지휘자인 러시아태생 지휘자(Vladmir Jurowski)의 지휘를 감상하러 필라델피아로 달려갔다. 지난해 런던 심포니 상임지휘자( Jurowski)가 워싱턴에서 런던 심포니와 공연하였는데 아직 40살도 안 된 신예지휘자인 그가 무대에 나타나는데 턱시도도 안 입고 이상한 검은 바지와 잠바 비슷한 복장에 기분이 상하였는데 지휘를 시작한지 약 30분지나 그의 천재적인 음악해석과 지휘에 빠져 그의 지휘를 감상하러 필라델피아까지 가서 감상하는 나도 대단(?)한 음악애호가이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곡(Violin Concerto) 지휘에 너무 감동하여 1악장 끝났는데도 관객들은 일어나서 박수치고 난리들이다. 이 홀은 또한 아름답기가 아주 낭만적인데다가 한국이 자랑하는 데이비드 김이 악장으로 있어서 더욱 감명 깊게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나와 아내의 음악 여행은 계속된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은 귀를 주시며, 지휘자의 지휘를 볼 수 있는 눈을 주시며, 또 한 여행할 수 있는 시간과 음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동반자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아름다운 가을이다.
홍희경 명예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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