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는 ‘할러데이’가 필요한 팀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
다저스가 21일 적지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4-10으로 완패, 2년 연속 월드시리즈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데는 ‘넘버원 스타터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빈센테 파디야가 NLCS 2차전을 포함, 다저스에 합류한 이후 전승가도를 달렸을지언정 시즌 도중 텍사스 레인저스가 내다버린 투수에 시즌 생명을 맡겨야 하는 신세면 이미 진 시리즈나 다름없었다.
다저스가 이날 서둘러 5차전 마운드에 다시 올린 파디야는 3이닝 만에 6점을 두들겨 맞고 일찌감치 쫓겨났다.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게임당 2점으로 틀어막았던 피칭 스태프가 필리스에는 5경기에 걸쳐 게임당 7점인 35점이나 두들겨 맞는 바람에 이길 수가 없었고, 결국 트레이트 데드라인 직전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던 할러데이를 잡지 못한 것을 겨울 내내 후회하게 됐다.
다저스 외야수 안드레 이티어는 이에 대해 “필리스에는 뚜렷한 에이스(클리프 리)가 있었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우리 투수들을 탓하는 게 아니라 사이영 상 수상 경력이 화려한 확실한 리더가 이끌어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에서 뉴욕 양키스 에이스 CC 사바티아에 이미 두 번 패한 LA 에인절스도 이 점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다저스는 이 문제가 내년에 저절로 해결될 수도 있다. 이번에 1차전 선발로 내세웠던 21세 ‘영건’ 클레이튼 커쇼나 24세 채드 빌링슬리의 성장, 또는 올해는 부상에 시달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일본인 선발투수 히로키 구로다의 건강에 달린 문제로 보고 네드 콜레티 제너럴 매니저가 구태여 손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파디야와 잔 갈랜드는 계약연장 옵션 가격이 꽤 높은 상태라 잡지 않은 가능성이 훨씬 높고, 랜디 울프(지난 3년 동안 32승25패)는 그가 장기 계약을 요구할 경우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여하튼 이들은 할러데이급 에이스 재목이 아니다.
한편 다저스는 전날 3-9로 뒤진 8회초에 온 마지막 찬스에서 단 1점에 그친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무사 만루에서 맷 켐프의 안타로 1점을 만회한 후 제임스 로니가 초구 파울플라이 아웃, 러셀 마틴이 삼진으로 물러서며 김이 빠진 다저스는 케이시 블레이크마저 8구 접전 끝 숏스탑 땅볼에 그치며 의지가 꺾였다. 다저스는 이날 이티어와 로니, 핀치히터 올랜도 헛슨이 차례로 솔로홈런을 날렸지만 2005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로 LA를 떠나게 내버려둔 워스에만 두 방을 맞는 등 한 술 더 뜬 4개를 때린 필리스 타선의 파워에 맞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다저스는 4년차 캐처 마틴과 1루수 로니의 ‘멈춘 성장’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숙제다. 마틴은 타율, 타점, 홈런이 모두 3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렸고, 로니는 올해 홈구장 다저스테디엄에서 친 홈런이 고작 1개다.
<이규태 기자>
조 토리 다저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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