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따라 간 너희들에게 꿈까지 빼앗길 순 없다”
에인절스에 등을 돌린 사바티아와 터셰이라가 월드시리즈의
길목에서 적으로 다시 만난 운명의 ALCS 드라마 내일 개막
“CC 사바티아와 마크 터셰이라. 너희들 때문에 두 번 울랴.”
LA 에인절스는 지난겨울 그토록 애원했건만 결국 이들을 뉴욕 양키스에 빼앗긴 것도 서러운데 이번에는 바로 그들이 꿈의 무대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야속한 운명이다. 양키스의 돈을 선택한 그들이 ‘천사’의 월드시리즈 티켓마저 가로채는 시나리오는 너무나도 비참하다. 에인절스는 이번에 꼭 양키스를 꺾고 그들에 돈이 전부 가 아니라는 점을 꼭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에인절스는 작년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터셰이라를 붙잡아 두기 위해 지난겨울 애를 썼다. 사바티아도 그 당시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에 집을 살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열심히 영입을 추진했다. 따라서 터셰이라에는 1억6,000만달러, 사바티아에는 1억4,000만달러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돈의 제국’ 양키스가 이들에 각각 8년간 1억1,800만달러, 7년간 1,610만달러 오퍼를 내미는 바람에 에인절스는 결국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에인절스의 토니 리긴스 제너럴 매니저(GM)는 이에 대해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태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는 “사바티아와 터셰이라는 계획대로 못 잡았지만 백업플랜들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켄드리 모랄레스에 기회를 주고, 바비 아브레유와 브라이언 푸엔테스를 잡고, 시즌 도중 탬파베이 레이스 선발투수 스캇 캐즈미어의 600만달러 연봉을 떠맡은 트레이드에 합의할 여유가 생긴 것 모두 사바티아와 터셰이라를 잡는데 실패한 덕분이었다.
터셰이라(타율 0.292, 39홈런, 122타점)의 1루수 공백은 약 1/20 연봉에 모랄레스(0.306, 34, 108)가 훌륭히 메웠다. 터셰이라는 올해 무려 2,062만달러, 모랄레스는 110만달러 연봉을 받았다. 마이크 소샤 에인절스 감독이 팀 MVP로 꼽은 아브레유(0.293, 15, 103)까지 합치면 터셰이라의 약 1/3 연봉에 두 배 성적을 낸 셈이다. 게다가 아브레유는 작년 양키스에서 1,600만달러를 받았던 선수로 이번 기회에 ‘친정팀’에 갚아줄 게 많다. 이번에 양키스를 상대로 두 배로 열심히 뛸 선수다.
또 푸엔테스는 트로이 퍼시벌,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시절에 비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클로저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결국 사바티아와 터셰이라 때문에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여태껏 그들 없이 아무리 잘 나갔어도 이번에 못 이기면 버림받고 짓밟히는 비참한 엔딩이 되는 것이다.
정규시즌에는 그들이 후회 할만 했다. 10차례 맞대결에 걸쳐 터셰이라는 타율 0.225로 부진했다. 홈런은 단 1개도 못 쳤고 타점도 고작 2개에 불과했다. 터셰이라는 올해 양키스의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18경기에 걸쳐 타율 0.351에 6홈런을 뿜어 ‘몸값’을 한 반면 최근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2차전 끝내기 투런홈런 하나로 타율 0.167 부진이 감춰진 상태다.
사바티아는 왼손투수에 강한 에인절스 타선을 상대로 두 차례 선발등판, 방어율이 6.08로 부풀며 두 번 다 패했다.
그래도 양키스는 16일 뉴욕의 뉴 양키스테디엄에서 시작되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7전4선승제)의 1차전 선발로 사바티아를 내보낸다. 게다가 3인 선발체제까지 발표, 에인절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많게는 3차례나 사바티아와 맞붙을 전망이다.
돈에 밀린 에인절스가 자존심은 지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규태 기자>
양키스 에이스 CC 사바티아가 삼진을 잡은 후 캐처에 사인을 보내고 있다.
ALDS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마크 터셰이라가 베이스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