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번창하는 클럽들이 있다. 특이한 클럽, 그러나 누구도 회원이 되고 싶지 않은 클럽이다. 일자리 클럽이라고 부르는 이 모임들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실직자 클럽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위안도 주고받고 영감도 주고받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동지의식도 갖자는 모임이다. 그리고 바라기는 그것이 네트웍의 역할도 했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금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변호사가 자신이 일하던 법률 회사에서 회계사를 급히 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동병상련 모임들 전국적으로 늘어
실직 아픔 같이 달래고 정보 교환
네트웍 통해 취업으로 연결되기도
코네티컷, 스탬포드의 베스 엘 사원. 며칠 전 커피를 앞에 두고 80명 정도가 둘러앉았다. 이런저런 경로로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소매점 매니저였던 발레리 루카스(47)는 3주 전 감원됐고,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논설실장이었던 파멜라 피아(53)은 6개월 전 구조조정 때 감원된 280명 중 한명이다. 60대의 소프트웨어 세일즈맨인 노먼 이글은 9개월 째 실직 중이다.
“그냥 입소문을 내자는 것이지요 - 누가 압니까”
베스 엘 사원 네트워킹 그룹에 관해 이글이 하는 말이다.
“100명에게 말을 하면 그 중에 ‘사람 찾는 회사를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을지 모르는 것이지요”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루카스가 바라는 것은 회원 중 누군가가 곧 일자리를 얻어서 그를 그 회사로 끌어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계를 갖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일자리를 잡아 움직이면서 그들이 나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희망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달 미 전국 실업률은 9.75%에 달했다. 경기는 나쁘고 실업률은 높아지자 실직자 클럽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뉴저지, 웨스트 밀포드의 실직자 조직 전문가인 재니스 리 저브러드는 3년 전부터 자신의 웹사이트(blog.yoursearchlights.org)에 인근 지역 실직자 클럽 명단을 올리고 있는데 근래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 12월 관련 자료는 15페이지였는데 지난 6월 39페이지가 되었다. “엄청난 증가”라고 그는 말한다.
실직자 클럽들은 식당, 교회, 도서관, 호텔에서 주로 모이고 양로원 시설을 모임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여성들만을 회원으로 하는 클럽도 있고, 중역이나 인력관리 전문가들만을 회원으로 하는 클럽도 있다.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클럽도 있고, 전문직 유대인들만을 위한 클럽도 있다. 대부분 나이 제한은 없는데 보통 중년이상의 연령층이 모인다.
모임에서 회원들은 보통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초청 연사에 귀를 기울인다. 강연 주제는 인터뷰 하는 법이나 이력서 작성법(전문직에서 일하다 실직한 많은 사람들은 이력서를 써본지가 수십년 된다) 등.
최근 스탬포드 클럽 모임에서 경력관리 코치인 리타 와이스는 회원들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는 후원자들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네트워킹에서 “내가 뭘 얻을 수 있을까” 보다 “내가 뭘 도와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며 쌍방통행의 관계를 만들어 가라고 조언했다.
실직자 모임은 때로 고해성사 같은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 뉴에이지 풍의 종교모임 색채를 띠기도 한다. 예를 들어 70대의 한 법정조정관은 “나는 일자리를 잃은 게 아니다. 나의 업무에 관심 있는 기업이나 회사를 찾지 못하는 피해자일 뿐이다”라고 말을 한다.
스탬포드의 두 아이 아버지로 지난 4월 시장 분석전문가 일자리를 잃은 마크 플로츠키는 단지 집에 혼자 있는 걸 탈피하고 싶어서 베스 엘 사원 모임에 간다고 했다.
“집에 혼자 앉아 있는 건 정말 우울한 일이에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습니다. 서포트 그룹 같은 것이지요”
역시 실직자 클럽인 롱아일랜드 아침클럽은 3년 전 전문직에서 일하다 실직한 중년의 5명이 커피와 도덧을 나누며 서로의 처지를 애처로워 하다가 만들어졌다.
그 다섯명 중 한명인 밸렌티나 재넥(57)은 “아무도 우리를 채용하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했던 그는 그 이유로 “우리는 첫째, 너무 똑똑하고, 둘째, 너무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고용주뿐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자 그들이 모임을 갖던 식당 주인도 그들을 가까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냥 죽치면서 음식은 별로 주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연회비 15달러의 공식 조직으로 모임을 확대해 큰 식당이나 양로원 시설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불경기는 그 클럽을 급속도로 번창하게 했다. 현재 롱아일랜드 아침 클럽 이메일 명단은 800명에 달하고 매달 정기 모임에는 100명 정도가 모인다. 클럽은 모임에서 회원들이 단순히 명함들만 주고 받을 게 아니라 진정한 대인관계를 만들라고 촉구한다. 그래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화제가 엉뚱한 데로 나가기도 한다.
클럽 창설자 5명 중 한명인 크리스 피디스(50)는 버라이존에 취직을 했지만 여전히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다. 그는 사람들에게 실직한 것이 “당신 잘못은 아니다”고 말해주곤 한다.
“회사가 변했거나 사업 모델이 변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추스르고 옛날 먼지 다 털어버리고 완전히 다시 시작해보라”고 그는 충고한다.
불경기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실직자 클럽 회원들 중에는 성공담들도 없지 않다. 롱아일랜드 아침클럽에서는 50세의 여자 산부인과 의사가 좋은 예다. 그룹형 진료소에서 일하다 감원당한 그는 전에 간호사로 일했던 클럽 회원에게 자신의 이름이 전해지면서 브롱스 병원 진료소에 일자리를 얻었다.
코네티컷, 대리언에서 인력관리 전문가로 일하다 감원당한 신디 왜그너(37)는 실직자 클럽 세 군데를 가보았지만 그런 모임에 너무 자주 갈 수는 없겠더라고 했다. 사람들이 비통해하고 냉소적이 되면서 너무 부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직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직자 클럽은 대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저지의 저브러드에 의하면 그런 클럽에 매일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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