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혼부부가 세일을 하는 백화점에 들렀다.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계산을 하니 180달러가 나왔다. 이때 종업원이 200달러어치 구매를 하면 20달러에 상당하는 물건을 ‘공짜’로 준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혹한 아내는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을 더 구입하고 역시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는 ‘공짜’선물을 챙기면서 기뻐했다. 이를 지켜 본 남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핀잔을 주었고 둘은 결국 부부싸움을 하고 말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편인 남편이 볼 때 아내의 행위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 미국의 주택시장은 과열 그 자체였다. 인터넷 버블이 터지면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준은 이자율을 한없이 낮췄고, 낮아진 이자율로 돈이 넘쳐나자 월스트릿과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융자상품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돈벌이를 모색하였다.
낮은 이자율과 쉬운 융자는 집값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자고 나면 집값은 올랐고 집을 사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당할 정도였다. 한 달에 5,000달러도 못 버는 구멍가게 주인도 100만달러짜리 집을 노다운으로 살 수 있었고 그는 곧 부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연준 의장은 집값 버블의 최고점이던 그 때도 주택시장은 버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일부사람들이 아무리 과열을 주장해도 모두가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먹혀들지 않는 그런 때였다. 인간은 이렇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데, 주류 경제학과 달리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는 행동 경제학에서는 그 이유를 의사결정 정황이라는 데서 찾는다고 한다.
인간의 인지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과 관계없이 정황이나 구성이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은 종종 비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의사결정 정황을 다른 말로 심적 회계라고도 한다. 기업에는 사업의 내용을 기장하는 회계장부가 있듯이 사람의 마음속에도 회계장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심적 회계의 중요한 요소로 준거점 즉 기준이 되는 위치가 있는데 이 준거점의 이동 때문에 사람들은 많이 불합리한 판단을 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10달러에 주식을 산 후 40달러까지 올라갔는데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다가 주가가 30달러로 떨어졌다고 간주해 보자. 이때 이 사람은 주당 20달러의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 자신만은 10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의 준거점이 10달러에서 최고가였던 40달러로 마음 속에서 옮겨갔기 때문에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판단이 향후 투자양식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적 회계가 주택융자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이자율과 관련하여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6%의 이자율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재융자를 하기 위해 알아 볼 당시에는 이자율이 4.5%였으나 서류준비 과정에서 이자율이 4.75%로 올라갔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의 경우는 좀처럼 4.75%의 이자율로 재융자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마음 속에 이미 4.5%가 준거점으로 자리 잡아 그 이하로 재융자를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4.75%로 재융자를 해도 1.25%포인트의 이득을 보는데도 말이다. 주택융자에 있어서 이러한 잘못된 심적 회계는 큰 인생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기업이 회계장부를 잘못 기록하면 회사는 망한다. 사람도 성공과 행복의 척도를 따지는 준거점을 잘못 정해 심적 회계를 잘못하게 되면 인생이 불행해지기 쉽다.
스티브 양 <웰스파고 론오피서>
(714)808-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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