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가 없이 종교 홍보지 배포하다 용의자 ‘덜미’
안티오크에 있는 납치범 필립 가리도 자택의 뒷마당. 납치된 제이시 리 두가드는 이곳에서 18년간 생활해왔다.
캘리포니아주에서 18년 전 납치된 초등학교 여학생이 납치범의 두 딸까지 낳고 철저히 격리된 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가족 품에 돌아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1991년 6월 당시 11살이던 제이시 두가드는 캘리포니아주 레익 타호 인근 집 앞에서 등교길에 괴한에 납치된 뒤 18년간 소식이 끊겼다.
두가드의 어머니 테리는 그녀가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접은 채 살아왔으나 지난 26일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두가드가 29살의 성인으로 성장, 콩코드 관할 경찰서에서 대기 중이며 두가드를 납치, 감금한 용의자 2명이 체포됐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현지 경찰조사 결과 두가드를 납치한 용의자는 필립 가리도(58)와 낸시 가리도(55) 부부로 두가드는 납치범의 주택 뒷마당에 있는 `불결한’ 오두막과 텐트 등에서 감금된 채 생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두가드는 납치범 필립의 딸 2명(15세, 11세)을 낳아 키워 왔는데, 이 아이들은 학교나 병원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완벽히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가드와 그녀의 두 딸이 감금된 채 생활한 창고 건물은 외부에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돼 있고 마치 야영지와 같이 기본적인 시설만 구비돼 있었으며, 뒷마당 주변은 2m가 넘는 펜스에 둘러싸여 있어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이웃 주민들은 필립이 특정 종교에 심취해 매우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전도에 전념하기 위해 인쇄업을 그만 두겠다는 말을 주변에 하는가 하면 자신의 집 주소로 ‘신의 소망(Gods Desire)’이라는 회사를 등록해 놓았으며 자신이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필립이 납치 용의자로 발각된 것은 지난 25일 오후 UC버클리 교내에서 두가드의 두 딸을 데리고 허가 없이 종교 홍보지 등을 배포하려다 경찰의 의심을 받게된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당시 경찰은 필립이 두가드의 두 딸을 대하는 행동을 의심스럽게 봤으며 결국 신원조회 끝에 그가 1980-1990년대 성폭행, 납치 등 혐의로 실형을 산 전력이 있고 종신 가석방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 관할 가석방 사무소로 출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필립은 다음날 부인 낸시와 두가드, 두가드의 두 딸 등을 모두 데리고 출두했고 가석방 담당관은 가리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함께 온 `알리사’라는 이름의 여성이 18년 전에 납치된 두가드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납치 당시 필립과 낸시 부부는 세단 차량을 몰고 인근 도로에 정차해 있다가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두가드를 차에 태워 데려갔었고, 지금까지 감금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가까운 지점에서 두가드의 등교 모습을 지켜보던 두가드의 의붓아버지 칼 프로빈은 납치 장면을 목격하고 자전거를 타고 추격했지만 차량을 놓치고 말았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납치 차량의 행방을 쫓는 데 실패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왔다.
두가드의 생존 소식을 접한 두가드의 어머니는 곧바로 프로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그동안 납치 혐의자로 의심받아온 프로빈은 억울함과 필립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가리도는 KCRA-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몇년 사이 나는 바른 사람으로 변했다며 내게 일어난 일은 처음에는 역겨운 것이었지만 종국에는 아주 감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두가드 납치 사건이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학교로 가던 길에 납치됐다 8년 만에 탈출한 나타샤 캄푸시 사건, 친딸을 24년간 감금한 채 일곱 아이를 낳게 한 요제프 프리츨 사건 등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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