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촬영 때 똑같은 장면을 18번을 찍는데, 내가 진짜 연기를 못하나보다, 나 때문에 영화를 망치면 어떡하나, 별걱정을 다했다. 5개월을 그렇게 보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포기를 모르는 감독이고 그 덕분에 힘들어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연기 경력 30년의 ‘국민 어머니’ 김혜자가 한 장면을 18번 찍으면서 감독으로부터 ‘오케이’를 받지 못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혜자가 촬영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할 정도로 김혜자-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지독한 프로들의 만남’을 통해 탄생했다.
2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마더’ 제작보고회에서 공개된 메이킹 영상에서는 김혜자, 봉 감독 등 제작진이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소개됐다.
‘마더’는 나잇값을 못하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이 동네에서 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사투에 나서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이킹 영상에서는 김혜자가 아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눈빛과 결연한 말투로 대사를 읊으면 봉 감독이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오케이!’를 외치고 스태프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봉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무산됐을 것이라면서 엄마가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생각이 잘 맞아 2인 3각을 하듯 전력 질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완벽주의자 감독을 만나 분투해야 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계단 장면을 찍는데, 계단이 30도 각도여야 하는지, 45도 각도여야 하는지 감독님과 수십 번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마더’의 제작비는 보통 상업영화의 30억∼40억원보다 훨씬 많은 60억원. 제작진은 제작비의 상당수가 완벽한 공간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소개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여러 모습을 담기 위해 제작진은 여산, 여수, 파주, 경주, 제천, 고성 등을 돌며 ‘전국 일주’에 나섰다. 촬영 장소 헌팅을 위해 제작진이 나눠 탄 차량이 12주간 전국을 돌며 각각 8만㎞를 뛰었고 사진 4만장을 찍었다.
봉 감독은 필름 값보다 기름 값이 더 나온 영화라며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마더’는 다음 달 1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며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도 진출해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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