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득렬-차이롱 치앙부부와 한유경(3살) 가족.
“서로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주변의 관계와 문화적 괴리감에 결정을 망설였다고 많은 국제결혼 커플들은 말한다. 더욱이 친지가족간 유대를 강조하는 한인들에게 국제결혼은 큰 결심이 아닐 수 없다. 한득렬-차이롱 치앙(대만) 부부 또한 2004년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무려 8년동안 망설였던 ‘오래된 연인’ 사이.
한씨가 당시 대만 유학생이었던 치앙씨를 처음 만난 것은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단기 어학연수차 미국으로 온 96년. 그렇지만 칼스테이트 어학원에서 시작된 두사람의 만남은 단기로 끝나지 않았다. “만나던 순간 그냥 고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두사람의 평생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어학연수 이후 귀국을 미룬 두사람은 함께 오클라호마 대학으로 진학했고 2000년 졸업 후 한씨는 SFSU의 MBA과정을, 치앙씨는 한씨를 따라 베이지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3개 국, 2개 주를 넘나들며 두사람은 각고의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나 결혼전까지 한씨는 상당히 많은 고민이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외아들인 한씨에게는 부모님들의 반대도 마음에 걸렸지만 한국인 친구들과의 왕래도 소원해지리라는 염려가 컸다고 말한다. “사실 그 부분은 염려대로 지금도 힘들답니다. 친구들도 이제 다들 가족을 이뤄 부부가 같이 어울리는데 대다수 한국분들은 미국에 살아도 사적인 모임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을 꺼려하거든요. 외국인이 함께 있다 해도 말이죠.”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 못하는 작은 배려에도 큰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아내의 친구들과 만나면 가끔씩 함께 있는 저를 생각해 같은 대만 친구들과도 영어로 얘기를 나누더군요.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닌데도 그렇게 신경을 써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고맙더라고요.”
때문에 두사람 모두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고자 노력도 해보았으나 벤처기업을 경영중인 한씨는 물론 치앙씨도 결혼 후 직장생활에다 아이도 키워야 하기에 공부를 지속할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치앙씨는 “결혼 이전부터 언어적인 어려움을 예상을 한데다 그만큼 또 남편과 제가 서로 더 많이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더라구요”라며 난처한 경험들 속에 다독해진 공감대를 오히려 고마워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또 하나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은 종교였다. 두사람이 공유한 종교관 덕분에 문화적 이질감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치앙씨는 결혼 전에는 다른 대다수 대만 사람들처럼 한국 남자들이 결혼을 하면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독선적이 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어릴 적부터 개신교 신자였던 남편 덕분에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고 한다. 현재 산호세 임마누엘 장로교회에 다니고 있는 한씨 부부는 이제 3살이 된 딸아이 유경이와 함께 교회에서 만난 한인 교우들과도 꾸준히 교제를 하고 있다. 여전히 다른 언어 때문에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지만 두 사람은 지금가지 자신들이 키워온 화합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도 실천해 나가고 있다.
한씨는 자신들이 지내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국제결혼이건 아니건 결혼이 가진 본연의 의미에는 다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란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내 아내, 내 남편을 위해 자신을 다듬어 가는 것 아닐까요. 때문에 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제 아내에게 저 또한 하나님이 그녀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 되고자 계속 노력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주 잠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가에는 수만 단어의 영어나 한국어, 중국어로도 수식될 수 없던 따뜻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함영욱 기자> ha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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