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들의 졸업식에 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샀다. 졸업식은 6월인데, 대학 졸업 시즌이 최성수기여서 호텔 예약은 더 먼저 해야 했다.
2005년에 09학번으로 입학할 때는 2009년이 아마득하게 느껴지더니 이제는 캠퍼스에서 시니어가 되어 학부 마지막 학기를 맞고 있다. 신입생으로 기숙사 들어가던 날, 멀리 그리고 겨울이 긴 곳으로 간다고 짐을 바리바리 싸 가져갔는데 처음 기숙사 방을 보고 그 아담함에 놀란 가슴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다 필요하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그후 룸메이트들과 방을 바꿀 때 그리고 일 년을 마치고 기숙사 방을 나올 때 그 짐이 정말 짐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날과 이곳에선 상상하기 힘든 긴 겨울날, 그리고 수시로 바람불고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제 아들에겐 그곳이 있어야 할 곳, 돌아가야 할 곳이 되어 편안해 하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지난 4년간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걱정과 염려 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깨닫는 것은 그 또한 지나치면 무익하니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 너무 이르다 생각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아이와 함께 부모도 정신적으로 독립해가고 성장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대학 첫 해를 보내고 있는 딸에게도 대학 4년이 그런 귀한 성장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전업주부로 있다가 막상 내 일이라고 창업을 하고 보니 지난 이십 년동안 전업주부로 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새삼 깨닫고 또 깨닫는다. 부족하여도 아이들과 함께 있으며 늘 대화가 끊이지 않았기에 대학에 간 후에도 엄마를 의논 상대로 생각해 학과목을 결정할 때나 생활 전반에 걸친 모든 일들을 결정할 때 먼저 이야기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실상 듣기만 할 뿐 결정에 도움을 줄 입장이 아닌 일들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편안한 대화 상대로 엄마를 떠올려주니 말이다. 요즘은 일하러 나가는 길에 두 아이의 전화를 번갈아 받곤 한다. 동부시간으로 이미 점심시간인 아들은 그날 오전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첫 수업을 끝마치고 나온 딸은 그날 있을 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서로 오늘 하루 잘 지내라는 인사겸 당부로 전화를 마친다. 이제는 부모 자녀간이라기 보다 친구간처럼 서로 의논하고 의지하는 동지의식이라고나 할까...
처음 ‘여성의 창’ 의뢰를 받고 시작하던 3개월 전이 생각난다. 그때는 가게 장소 계약하고 일을 벌이기 시작할 때여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커 그저 3개월 뒤만 생각하자며 버텼는데 이제 그날이 왔다. 귀한 지면을 낭비하는 글이 될까하는 것이 가장 조금스러웠고 잘 읽고 있다는 지인들의 말에 부끄러운 것을 들킨 듯 쑥스러웠지만 이렇게 사고없이 올 수 있었던 것에 참으로 감사하며, 아이들 키우며 내가 경험한 것들이 어린 자녀를 두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감사드리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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