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무 재미있는 블로그가 있어. 우리 병원에 새로 온 코리안 인턴이 말해줘서 들어가 봤는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어. 엄마도 한 번 들어가 봐”
딸아이가 일러준 주소(http://stuffkoreanmomslike.blogspot.com/)에 들어가 보니 이민 2세 젊은이가 그려놓은 이민 1세 한국 엄마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블로그에는 49가지의 카테고리가 나와 있는데, 어떤 항목은 나의 엄마를 생각하며, 혹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읽으며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 블로그의 운영자는 자신을 뉴욕에 사는 chio라고만 밝혔고 “저는 저의 한국 엄마를 사랑합니다. 이 블로그는 그저 한국 엄마들에 대한 이런저런 재미있고도 황당한 모습을 공감하는 독자들과 나누려고 시작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이 블로그를 보십니다”라고 쓰고 있었다.
신랄하게, 그러나 애정 어린 눈으로 그려진 우리 한국 엄마들의 자화상을 최근 것부터 몇 가지만 소개한다.
Korean Mom #47: 숙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한국 엄마들은 숙제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사립학교를 다니건, 공립학교를 다니건 숙제의 양에 늘 불만이다. “너희 학교는 왜 이렇게 숙제를 적게 내주니?”
우리가 숙제를 하면서 끙끙 대는 모습을 보면 안심하고, 우리가 숙제 때문에 울거나 두 손을 들어버리면 그제야 엄마로서 사명을 다 했다고 만족해한다. 일주일에 5일밖에 수업이 없는 걸 이해 못하고, 주 7일 그리고 공휴일에도 수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Korean Mom #42: 샤핑백
한국 엄마들은 샤핑백을 절대로 안 버린다. 플래스틱 백은 나중에 풀기 쉽게 매고, 종이 백은 착착 접어서 서랍이나 싱크대 아래 수납장에 넣어놓고 쓰레기봉지, 빨래봉지, 점심가방, 심지어는 여행 가방으로도 쓴다.
그러기 때문에 한국 엄마들은 절대로 쓰레기봉지를 사지 않는다. 그런 쓸 데 없는 물건에 절대로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한국 엄마가 샤넬 샤핑백을 들고 있으면 그 안에는 절대로 5,000달러짜리 샤넬 가방이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에는 분명 교회 피크닉에서 먹을 불고기가 들어 있을 것이다. 지퍼달린 플래스틱 백은 재활용을 하는데 그릇처럼 씻어 말려서 한 100번쯤은 쓰고 또 쓴다.
Korean Mom #10: 가정 주치의
한국 엄마들은 모두 의사이다. 진단도 하고 처방도 한다. 온갖 진귀한 처방도 많이 알고 있어서 갖가지 풀을 먹이고, 곰의 쓸개도 먹인다. 우리 할머니는 언젠가 국립공원에서 약으로 쓰려고 미나리를 뜯어 커다란 쓰레기봉지에 담다가 경찰한테 걸리기도 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아직 괜찮아” 하고 묵살해 버린다.
Korean Mom #8: 알파벳의 의미
한국 엄마들에게 B는 bad라는 뜻이다. 한국 엄마들 사전에 F는 존재하지 않는다.
Korean Mom #2: 비교하기
한국 엄마들은 무엇이든지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음식이건, 민족이건, 자식이건. 한국 엄마들은 비교할 때 사는 맛을 느낀다. 비교를 하면서 늘 기분이 좋아한다. 그렇지만, 비교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들 엄마들의 권리이다. 우리가 우리의 엄마를 다른 엄마와 비교했다가는 큰일 난다. 엄마들은 우리한테 눈을 흘기면서 이렇게 야단을 칠 게 분명하다. “비교하지 마!”
“엄마도 그러니?”하고 물으니, 딸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다는 아니고~ㅎㅎㅎ”
이영옥 (수필가·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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