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美 금융기관 신뢰 추락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홍콩의 가정주부인 왕 지아오 닝은 17일 미 보험사인 AIG의 고객서비스센터에서 불안감을 느낀 수 십명의 보험계약자들과 함께 투자계정을 폐쇄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미국 금융기관을 믿지 않는다. 어떤 미국 은행도 더 이상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월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아시아 신흥국가의 중앙은행이나 기업, 헤지펀드, 개인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거나 회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투자자들 사이에는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들에 돈을 맡기기만 하고 어떤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는지도 모르는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고, 아시아 금융기관의 예금이 미국에 흘러들어가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었다.
하지만 미국 금융기관과 자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아시아가 미국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미국 정부와 미 납세자 모두에게 어려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재무부의 자료를 보면 국제 자본 이동의 급격한 변화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민간 투자자들은 지난 6월 미 증시에 468억달러를 투자했지만 7월에는 929억달러를 빼내갔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7월에도 미국 주식을 매수하긴 했지만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아시아 투자자의 7월 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82억달러에 그쳐 올 상반기 월 평균 223억달러에 못미쳤다.
홍콩의 저명한 투자자문사인 헨데일그룹의 헨리 리 이사는 아시아의 상당수 투자자들은 아시아 각국이 미국보다 빨리 현재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금을 아시아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먼지가 가라앉고 나면 아시아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현금이 ‘왕’이라면 아시아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황제’라면서 중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1조8천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상기시켰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홍콩지점의 이코노미스트인 벤 심프펜도퍼는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미국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모두가 돈을 빼내 집으로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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