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현씨 ‘그림이 그립다’펴내
현대미술은 왜 그렇게 난해한가?
모든 사람이 갖는 이 질문을 아주 쉽고 재미있고 시원하게 풀어주는 미술책이 나왔다. 남가주 문화예술계의 터줏대감이며 독보적 재주꾼인 장소현씨가 낸 ‘그림이 그립다’(열화당·사진).
‘웃음과 풍자로 엮은 현대미술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오늘날 너무도 돈 냄새가 나는 ‘미술의 꼴새’를 ‘까는’ 글이다.
“불란서에는 생떡 쥐벼룩이라는 글쟁이와 어린왕자가 있다면 조선에는 이 할미공주가 있다”며 ‘할미공주 어록’이라는 콩트와 우화 형식을 빌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놓고 있다.
현대미술은 시대를 앞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나머지 자기도 잘 모르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며 칭찬하고 감상하는 관객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돈을 벌어 챙기는 미술상, 평론가, 스타작가, 짝퉁화가… 들의 속물취향과 문화적 사치를 특유의 걸출한 입담으로 가차없이 해부한다.
그런가 하면 “그림은 그리움이야” “그림은 마음을 그리는 거란다”와 같이 시처럼 아름다운 글들이 가슴을 따스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장소현의 극작가적 재치와 재담, 그리고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으로 우선 읽는 재미가 아주 크다. 특히 ‘미술몰입교육’과 ‘작품 제목을 지어주는 작명소’ 같은 글은 배꼽잡는 풍자로 현대 미술의 상품화를 고발한다. 하지만 그 삐딱한 웃음과 해학, 판소리처럼 리듬감 있는 문체에는 현대미술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깃들어 있다.
시인, 극작가, ‘밸리 코리언뉴스’ 발행인, 미술평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칭 ‘문화잡화상’ 장소현씨는 서울대 미대와 와세다대학 대학원(동양미술사 전공)을 졸업했으며 30여년간 LA 문화계 언저리에서 ‘얼쩡’거리면서 시집 ‘서울시 나성구’외 2권, 희곡집 ‘김치국씨 환장하다’외 1권, 소설집 ‘황영감’, 꽁트집 ‘꽁트 아메리카’ 등을 출판했다. 미술관련 저서로는 ‘툴루즈 로트렉’ ‘에드바르트 뭉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거리의 미술’ ‘동물의 미술’ 등이 있다.
책값은 15달러이며 LA 한인타운 동아서적에서 판매하고 있다. 구입문의 (818)344-6257.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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