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거제도로 떠나기 전 이재항 정형외과 의사가 마지막으로 환자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상혁 기자>
25년 개업 이재항 정형의 “한국·중국 섬주민 돌보겠다”이주
“암요, 그라믄요, 섭섭하지예. 다 남 살리려고 그라는 거 아니것소. 근디 안 갔으면 좋갔구만요”
지난 1일 한인타운 버몬트와 올림픽에 있는 ‘이재항 정형외과’에서 만난 한 여성은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 선상님’ 자랑과 섭섭함을 털어놨다. 25년간 한인타운에서 개업해 진료를 해 온 이재항(59) 정형외과 의사가 한국 거제도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다.
이씨는 LA에서 개업의로서의 안정된 자리를 떠나 한국의 섬 지역과 중국의 환자들을 위해 어려운 길을 가는 선택을 했다. 한국 거제도 대우병원 정형외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씨는 “가장 잘 할 수 있을 때 의사이자 크리스찬으로서 보다 보람있고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거제도로 향하게된 이유를 밝혔다. 앞으로는 대우병원에 인공관절 전문의로 거점을 마련하고 1년에 한 두 번은 중국을 방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씨가 한국의 섬마을과 중국을 마음에 품게 된 것은 약 2년전부터다.
2006년 중국에서 의료선교차 4명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했고, 모두가 후유증 없이 완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해 아내 고향인 남해도와 인근 어촌마을에서 봤던 낙후한 의료시설도 오래도록 그의 마음에 남았다.
지난 6월경 중국에서 20여명의 환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다행히 올 가을 막내가 대학에 입학했다. 아직 학업이 끝나지 않은 자녀들이 “걱정말라”며 아버지의 새로운 도전을 지지했다.
병원과 수많은 환자들이 마음에 걸렸다. 버몬트와 올림픽에 있는 단독 병원건물은 지난 87년 ‘정형외과용’으로 공들여 지은 것이라 더욱 애정이 간다. 다행히 한인타운에서 개업하고 싶어하던 젊은 정형외과 형제 의사들과 인연이 닿았다. 젊었을 때 하고 싶었던 것, 못다한 꿈을 담아 병원을 ‘이 브라더스’에게 넘겼다.
이씨는 지난 1일 한국으로 떠나는 당일에도 병원으로 출근, 새로 병원을 맡게 된 크리스토프-대니얼 이 형제에게 수술 환자를 일일이 소개하고 진료를 당부했다.
이재항 의사는 LA를 떠나며 “20여년간 집 같았던 LA를 영원히 잊을 수 없고, 그 동안 큰 문제없이 잘 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죽는 날까지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콜롬비아와 MI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연세대 의대를 졸업, 77년 한국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아내 양미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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