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집유 `마지노선’…치열한 법리논쟁 예고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삼성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특검이 이미 항소한 만큼 이 전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를 둘러싼 법정 다툼은 항소심으로 무대를 옮겨 재연되게 됐다.
일단 1심에서 무죄 판결한 이 전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혐의가 공방의 핵심이다.
1심에서는 에버랜드 CB발행으로 인한 배임 가능성이 에버랜드 경영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에버랜드 법인주주 경영진에게 있다고 보고 에버랜드 경영진의 공범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무죄 판결했다.
특검은 에버랜드 경영진이 앞서 같은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던 상황이어서 이 전 회장의 공모 여부를 밝히기 위해 에버랜드 CB발행에 비서실이 개입 또는 주도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했고 1심 재판부도 비서실의 개입 여부는 인정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를 제출하는 등 공소사실을 좀더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데 힘쓰기보다는 비서실의 개입으로 이 전 회장이 배임죄에 공모한 것이라는 `법리공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 특검도 항소장을 낸 뒤 1심 판결의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잘못됐다는 점을 다 지적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면소 판결이 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 역시 특검은 핵심 쟁점인 삼성SDS 주식가치에 대한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재판부는 삼성SDS BW가 저가발행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지는 않아 50억원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면서 면소 판결했지만 특검은 이득액이 50억원이 넘는다는 주장을 1심에서부터 충분히 입증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은 삼성SDS BW사건과 관련해 미리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증거가 충분하고 그 정도 입증했으면 됐다고 말해 기존 주장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 측의 경우 기소의 핵심이었던 에버랜드 CB사건과 삼성SDS BW 사건에서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받은데다 조세포탈이 일부 유죄로 인정되기는 했어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터라 항소를 하지 않고 1심의 논리를 그대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삼성SDS BW 사건의 경우 1심에서도 무죄가 아니라 `유죄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면소 판결을 받은 것이어서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SDS 주식의 적정가 산정을 다르게 할 경우 곧바로 유죄 판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에버랜드 CB 및 삼성SDS BW 사건의 무죄 논리를 좀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현재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상태라서 에버랜드 CB사건이나 삼성SDS BW 사건 중 하나라도 유죄 판결이 나면 사실상 실형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항소 기한인 23일까지 삼성 측이 항소 여부를 결정하면 사건은 서울고법의 12개 형사재판부 중 한 곳에 배당된다.
이 중 형사5부의 경우 같은 사건으로 전ㆍ현직 에버랜드 경영진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조희대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있어서 이 전 회장의 항소심 배당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법원으로부터 8월초까지는 기록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착수, 8월말이나 9월초에 첫 공판을 열 것으로 보이며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처럼 특검법이 정한 기한(2개월) 내에 재판을 마칠 지는 미지수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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