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립전당포를 찾은 한 여자가 보석류를 점원에게 내보이고 있다. 이 전당포가 불경기를 맞아 성업 중에 있다.
공사장 인부가 전당 잡히려고 내놓은 파워 드릴. 건설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이런 물건이 전당포에 넘치면서 일부 업소들은 이런 공구를 사절하고 있다.
서민의 은행 ‘파리 시립전당포’ 목하 성업 중
로댕도 이용했던 곳… 3세기에 걸친 역사 자랑
트런디한 각종 데코레이션 샵과 스마트한 카페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마레스 쿼터의 한 구석에 올드 ‘온티’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온티’의 공식 이름은 ‘크레딧 뮤니시펄 오브 페어리스’다. 말하자면 파리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전당포다.
이 시립 전당포의 역사는 자못 길다. 설립된 해가 1777년으로, 오귀스트 로댕도 한 때 이 전당포 신세를 졌다. 조각용 새 연장을 사기 위해 자신의 작품들을 전당 잡혔던 것. 클로드 모네도 한 때의 고객이었다. 빈궁시절 전당잡았던 아내의 메달을 친구를 통해 되찾아 죽은 아내의 관에 넣어준 것이다.
이 시립 전당포가 ‘온티’란 닉네임이 붙은 것은 프랑스 왕실의 한 젊은이가 노름빚을 갑기위해 시계를 전당잡힌 일이 발단이 되어서다. 어머니가 시계를 어쨌냐고 묻자 이 젊은 친구는 엉겁결에 ‘aunt’의 집에 두고 왔다고 둘러댔던 것. 그래서 ‘온티’(auntie)란 애칭을 얻게 된 것이다.
수세기 동안 이 올드 ‘온티’는 파산자나 서민의 은행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보석류에서 모피, 예술품, 그리고 그 밖의 진기한 아이템 등 보관하고 있는 물품은 박스로만 수 만개가 넘어 루브르 박물관에 버금갈 정도다.
이 시립 전당포는 60유로(93달러)에서 200만유로(300만 달러)이하 사이의 물건은 무엇이든지 받아들인다. 그 물건 값의 절반을 한도로 1년간 돈을 빌려준다. 이자는 8%에서 12%선. 기한이 차면 재계약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수수료 형식으로 이자를 받는다.
매일 같이 수 백 명이 이 ‘온티’를 찾는다. 먼저 접수번호를 받고 벤치에 앉자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들이 들고 온 것은 보석류나, 모피, 조상전래의 가재 등이다. 대부분이 무산자들이다. 그러나 가끔은 한 때 잘나가던 사람도 있다. 8,000달러를 호가하는 빈티지 포도주를 전당 잡히려 왔기 때문이다.
포도주룰 전당 잡힌다고. 그렇다. 이 유서 깊은 시립 전당포는 최근 들어 포도주도 전당 잡아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 같이 방침이 정해지자 ‘온티’의 대기실은 몇 주 만에 젠틀맨들로 붐비게 됐다. 모피니, 시계, 팔찌 등을 플라스틱 백에 가득 채우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레이디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파리지앙들이 이 ‘온티’에 들고 가는 보물들은 시대마다 다르다. 19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매트리스를 전당잡혔다. 아침에 그 물건을 전당잡아 생긴 돈으로 먹을 감자를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되찾아 왔다. 그 위에서 자야 되니까. 또 로댕 같은 예술가들은 일이 없을 때 연장을 전당잡았었고, 에밀 졸라, 빅토르 유고 같은 문인들도 다급해지면 이곳을 찾았었다. 유고의 그 유명한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한 신부가 혼수 감을 60프랑에 전당 잡았다가 결국 포기하는 장면도 유고의 이런 경험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크레딧 뮤니시펄 오브 페어리스’와 산하 18개 전당포들은 현대에 들어서는 한 가지 바로미터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그 바로미터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 ‘온트’가 바쁘다. 경제가 안 좋은 것이다.
‘온티’의 대기실은 피만 안 보이는 응급실로 비교될 수 있다. 관계자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이지 급해서 찾는 곳이 바로 이 시립 전당포이기 때문이다. 한 고객의 케이스가 바로 그렇다. 전기료만 925달러가 밀렸다. 그걸 갚기 위해 보석이니, 금붙이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죄다 전당 잡히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다.
전직 바텐더로 현재는 실업자인 이 고객 이야기는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이곳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아들이 캠프 비용을 대기위해 몇 년 전 가구 등속을 전당잡히고 재계약차 온 한 교사도 마찬가지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급전을 꿀 수 있는 곳은 이곳 밖에 없다.” 그의 말이다.
그건 그렇고 파리시는 최근 5,000병에 이르는 고급 병 포도주를 경매에 부쳤다. 전 자크 시라크 시장시절 ‘온티’에 모아진 이 포도주들을 팔아 15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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