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작성을 위해 시작한 취재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고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자 쓴 기사가 기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인들의 ‘나눔??에 대한 기사가 그렇다. 고백부터 하자면 몇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면 “나도 먹고 살기 바쁜데 왜 다른 사람까지 도우면서 피곤하게 사느냐”고 무안을 줬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쌓이면서 진정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밝았다. 따뜻한 마음에선 여유와 활기가 느껴졌다. 인생은 기대로 부풀어 있었고, 삶은 감사로 넘쳤다.
목표를 성취할 때 마다 배고픈 어린이가 밥을 굶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했다. 장애인들을,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세상에 소외된 이웃들을 조금 더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인데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쑥스럽다고 했다. 더 큰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부끄럽다고 했다.
이들에게 “왜 남을 돕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삶의 기본인데, 그 것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 뿐인데 굳이 ‘왜?’라고 물으니 특별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기자에게 “그럼 왜 남을 돕지 않느냐”고 물었다.
최근 만난 한 한인사업가도 그 중 한 명이다. 월드비전 인도네시아 사업장 방문에 동행한 그는 월드비전을 통해 회사 이름으로 500명의 지구촌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500명씩 30달러, 한 달에 1만5,000달러, 일년이면…’하고 피곤하게 숫자에 연연해하는 기자와 달리 그는 사업을 통해 이윤이 생겼고, 그 것을 나누는 것일 뿐 이라고 했다.
학교에 가게 된 인도네시아 시골마을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할 때 마다 그는 “제가 더 고맙습니다”라며 깍듯이 답례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인생의 목표를 주었고, 그래서 자신은 받은 것이 더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에게 인생은 피곤한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한 것이었다.
때로 기사가 나간 뒤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한 번도 이들에게 제대로 인사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삶을 가르쳐 줘서, 인생을 보여줘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라고.
김동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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