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인 한미연합회 LA지부(KAC)가 풀타임 직원은 사무국장 1명만 남고 나머지는 파트타임 직원만 근무하는 관계로 원활한 업무 처리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기사가 나가자 KAC 사무국에서 ‘면담 요청’을 해왔다. KAC 사무실을 방문, 관계자들과 1시간이 넘도록 설전을 벌인 뒤 ‘잘해보자’는 말로 마무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피곤한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40달러짜리 주차위반 티켓. 30분 정도만 세울 수 있도록 동전을 넣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설전과 토론이 이어지면서 주차시간을 초과한 것. 티켓을 본 순간 ‘이건 정말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오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KAC와 시간이 초과되기가 무섭게 티켓을 발부한 LA시 교통국이 원망스러웠다. 회사로 돌아오는 도중 사자성어 ‘반구저기’(反求諸己)가 떠올랐다.
“활을 쏴 적중하지 않아도 나를 이기는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서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을 따름이다”는 공손추와 맹자의 대화내용에서 유래한 말이다. 쉽게 말해 남 탓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중국 하나라 우임금 시절에 이웃 부족이 쳐들어 왔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를 시켜 대항하게 했으나 크게 패했다. 부하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말고 다시 전쟁을 하자고 했지만 백계는 “우리가 이웃부족에 비해 병력이 적지 않았는데도 패배한 것은 나의 덕행과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들보다 못했기 때문이다”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백계가 이후 한결 더 백성을 아끼는 정책을 실천하자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이웃 부족의 귀화가 이어졌다.
KAC는 오랫동안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한인-주류사회 간 가교 역할을 해온 소중한 단체다. 대표적인 1.5세 정치단체인 KAC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 연말 이사회와 사무국간 갈등이 해소되면서 정상을 되찾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직원들의 이직으로 단체 운영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KAC 사무국 책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이사진이 사무국과 갈등을 야기시켰다. 전임자 시절에 발생한 문제다. 커뮤니티의 관심이 부족하다”며 외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남의 탓’ 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KAC가 ‘반구저기’의 교훈을 되새겨 보다 겸손한 자세로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을 위해 다시한번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연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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