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를 보고 나면 언제나 가슴이 뛴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나 ‘디올’의 존 갈리아노 패션쇼는 사진만 봐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모델이 입고 나온 아름다운 창작품에 대한 감탄만은 아니다.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쇼 연출로 벅찬 감성이 가슴 속으로 밀려와 뜨거운 열정에 휩싸이게 만든다.
1996년 최고급 샴페인이라는 ‘돔 페리뇽’의 로제 빈티지 캠페인 제작에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가 설정한 테마는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배경은 파리의 최고급 호텔 조지 생크의 스윗룸. 샤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한 여인이 돔 페리뇽 한 잔을 마신다. 벽 건너편의 젊은 남자를 떠올린 그녀는 돔 페리뇽 로제 한 병을 들고 그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역시 침대에 누운 채로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다. 캠페인을 접한 사람들은 ‘술’이 아니라 ‘창조적인 예술품’이라는 돔 페리뇽이 세상을 만나는 방식이라 평했다.
창조적인 예술품을 추구하던 럭서리 패션이 이젠 종합예술의 경지로 치닫고 있다. 최근 선보이는 파리 컬렉션은 더 이상 기존의 패션쇼가 아니다. 날씬한 모델들이 언감생심의 디자이너 창작품을 입고 런웨이를 캣워크하는 단순한 쇼를 펼치던 시대는 지났다.
패션쇼도 마치 한 편의 광고를 뮤지컬로 보듯 아트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현실이다. 배경이 되는 무대 미술부터 강한 비트의 음악, 건축과 무용의 도용, 여기에 향기와 푸드까지 곁들여져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이 같은 패션쇼의 절정은 지난해 중국 만리장성에서 펼쳐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패션쇼였다. 도대체 무대의 끝이 보이지 않던 쇼. 펜디는 칼 라거펠트와 실비아 펜디를 앞세워 ‘상상 그 이상의 쇼’를 펼쳤다.
지난달까지 매스컴을 장식했던 파리 패션위크도 별다르지 않다. 칼 라거펠트는 무대에 샤넬 제국의 회전목마를 설치해 모델들을 인형처럼 배치했다. 장 폴 고티에는 동화 속의 인어공주 세계를 연출했고, 고티에가 인어공주에게 입맞춤하는 것으로 패션쇼 피날레를 장식했다. 프라다는 아예 매장을 디자인했던 건축가 램 쿨하스와 패션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창립 60주년 초호화판 패션쇼 이후 최대 매출액을 올렸다는 존 갈리아노의 디올 쇼는 팬터지 세상의 절정을 연출한다. 고별 쇼를 로댕 뮤지엄에서 개최해 패션을 아트 뮤지엄 안으로 초대한 발렌티노 쇼도 있다. 불황을 모른다는 명품이 하이엔드로만 치닫는 세상을 만나는 방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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