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씨 관여 흔적…특검, 출석 요구
김경준측 직원들과 대질 조사해달라 의견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신재우 기자 = 이명박 당선인의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BBK투자자문이 운용했던 역외 펀드인 MAF(밀레니엄 아비트리지 펀드)의 계좌 인출권이 김경준씨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특검 관계자는 14일 BBK투자자문 직원이 2001년 1월 19일 LG증권에 보냈던 MAF 계좌의 `인증서명 자료’를 최근 확보했다고 밝혔다.
MAF 계좌의 실질적 인출권을 누가 갖는가를 보여주는 이 영문 자료의 인증서명란에는 김씨의 서명이, 증인(Witness)란에는 부인 이보라씨의 서명이 적혀 있다.
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MAF의 법인 계좌의 관리권자가 김씨 부부였으며 이를 최종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자료 상의 서명이 이들의 것인지를 확인키로 하고 이에 필요한 필적 감정을 할 계획이다.
김씨와 당선인 등이 투자를 유치했던 MAF는 그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반드시 펀드 운용사인 BBK투자자문과 별도로 펀드 수탁회사를 지정해야 하고 펀드 인출권자도 당연히 김씨가 아닌 제3의 인물이 맡아야 한다.
그러나 김씨가 인출권자임을 보여주는 자료가 확보됨에 따라 애초부터 김씨가 MAF를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않을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이보라씨도 이 같은 뜻을 김씨와 함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김씨는 300억원에 달하는 옵셔널벤처스 증자금이 MAF에서 유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련한 개인 재산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터여서 MAF 계좌의 인출권이 김씨 부부에게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발언의 신빙성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는 지난 번에 조사를 받은 이보라씨 어머니를 통해서 (이보라씨가) 나와서 조사받는 게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지만 에리카 김은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보라씨를 부르려는 건 사안을 파악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다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도 작년 12월 BBK 수사결과를 발표한 후 이보라씨와 에리카 김이 김씨의 범행에 관여한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며 곧 범죄인인도 청구를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BBK 사건과 관련해 `제3의 계약서’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김씨가 당선인과 맺었던 계약서를 모두 제출했던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경준씨의 변호인들은 이날 특검팀에 `특검수사에 대한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고 검사의 회유ㆍ협박 의혹과 김씨의 횡령 혐의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특검이 당선인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검찰이 피의자신문조서를 3차례나 작성하고, 김씨가 변호사들에게 형량협상이 가능한지를 상담한 것은 검사의 회유ㆍ협박 사실을 추단케 한다며 검사, 변호사, 이보라씨 등 관련자들을 조사해 각 진술의 모순부분을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김씨는 회삿돈 이동에 사용된 계좌들을 장악하지 못했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문제의 자금유출을 결제한 적이 없다며 김씨의 지시에 따라 모든 자금을 이체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과의 대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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