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풀이
영국 연구팀이 여성 2명과 남성 1명의 DNA를 이용해 인간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부모가 3명인, 즉 남성 1명과 여성 2명의 DNA가 들어있는 배아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윤리문제는 없는 것인지 등등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 어떻게 만들어졌나?
▷ 영국 뉴캐슬 대학 연구팀은 수정이 이루어진 지 하루밖에 안돼 정자와 난자의 핵이 아직 융합되지 않은 전핵(pronuclei) 상태인 단세포 배아에서 정자와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있는 난자의 핵을 빼내서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없는 제3의 여성이 제공한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했다.
이 배아는 결국 부모의 정자와 난자의 핵 DNA는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세포핵 바깥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또 다른 여성의 것을 갖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3인 DNA 배아를 10개 만들어 5일 동안 키우다 파괴했다. 영국 배아연구-불임치료 감독기관인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은 이를 임상이 아닌 실험용으로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 이 연구의 목적은?
▷ 미토콘드리아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50여 가지 대사질환(간부전, 뇌졸중, 난치성간질, 근이영양증, 정신지체, 당뇨병, 실명, 청각상실 등)이 자녀에게 유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핵 바깥에 미토콘드리아(1천~1만개)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니 발전소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여기에 결함이 생기면 체내의 모든 기관이 기능장애를 일으킨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인간 전체 DNA의 0.0005%로서 이 DNA에 들어있는 활동유전자(working gene)는 전체유전자의 0.15%인 37개에 불과하다. 유전자 수는 얼마 안 되지만 200여 가지의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이유전자가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은 자녀는 갖가지 심각한 대사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오로지 난자를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의 결함은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게 된다.
◇ 그렇다면 이 배아는 유전적으로 3명의 부모로부터 만들어진 게 아닌가?
▷ 그렇다. 그러나 DNA가 3명의 것이라는 뜻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부모가 3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뿐이며 외모나 성격 등 인간의 특징을 지정하는 유전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정보는 부모의 것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세포 핵 DNA에 모두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본질적으로 부모의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남의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을 부모가 4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결함을 다른 여성의 것으로 바꾸어 그 결함을 없앴다는 것뿐이다. 쉽게 말해서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배터리만 바꾸었다고 보면 된다.
◇ 윤리적인 문제는 없나?
▷ 한 가지 걱정은 어찌되었든 DNA를 난자에 주입하는 것은 인간복제에 사용되는 방법과 비슷한 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캐슬 연구팀이 한 것은 복제의 경우처럼 한 사람의 유전체를 고스란히 복사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걱정은 이것이 변형된 유전자가 자손에게 대대로 물려지는 생식세포유전자치료법(germline gene therapy)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전자요법은 생식세포를 제외했을 때만 허용되고 있다. 그것은 외모와 성격 등 사람의 특징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핵 DNA를 바꾸면 의도하지 않은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정상 미토콘드리아로 바꾸는 것은 사람의 유전적 특징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며 또 미토콘드리아 DNA의 일부를 바꾸는 것이 아니고 통째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조작이 필요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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