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김씨가 재판 후 법정 밖에 있던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준씨측 에릭 호닉 변호사(왼쪽)와 김씨 부인 이보라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연방법원, 옵셔널 캐피털 주가조작·횡령 사건 평결
BBK 사건으로 구속된 김경준씨와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제기된 ‘옵셔널 캐피털’의 민사소송에서 김씨 가족이 총 7,0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이 내려졌다.
4일 LA 연방법원에서 오드리 콜린스 판사 주재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김경준씨가 한때 운영했던 옵셔널 캐피털 소액주주들이 김씨의 주가조작과 횡령으로 피해를 봤다며 김씨와 부인 이보라씨, 누나 에리카 김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김씨 가족의 사기 및 횡령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평결을 내렸다.
이날 7명의 배심원들은 피고측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옵셔널 회사 자금 총 371억원(4일 기준 달러 환산 3,938만달러)과 함께 응징적 손해배상금 3,100만달러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평결, 총 배상액수가 7,000만여달러가 됐다.
이번 소송은 김씨 등이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고 횡령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옵셔널 캐피털 소액주주들이 지난 2004년 6월1일 연방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이후 3년 7개월만인 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돼 이날 배심원 평결에 이르게 됐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 측에서 에리카 김씨와 이보라씨, 에릭 호닉 변호사가 참석했으며 호닉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호닉 변호사는 “콜린스 판사는 과거 동일 사건을 놓고 연방정부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번 소송에서는 배심원들이 다른 결과를 내놓아 어느 한쪽은 분명이 잘못된 것”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항소에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김씨측이 항소할 경우 항소 재판은 연방 제9 항소법원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게 된다.
이에 대해 옵셔널 소액주주들을 대리한 원고측의 랠프 로가리 변호사는 “이미 증거는 충분히 제시 되었고 더 이상 피고 측에서 제시할 증거는 없을 것”이라며 항소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민사소송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이 ‘제3의 피고’로 신청됐다가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합의로 이름이 제외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고측 메리 리 변호사는 “원고측도 모르는 사이에 피고측이 이 당선인의 이름을 추가했으나 재판장인 오드리 판사가 이 당선인과 사건의 연관 여부를 제기하면서 피고측의 동의로 제3의 피고 이름이 기각됐다”고 밝혔다.
‘37.1빌리온 원’ 평결문 한국어로
4일 에리카 김씨 등에 대한 배심원 패소 평결이 발표된 다운타운 연방법원 앞에는 한국 및 한인 언론 취재진 20여명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에리카 김씨는 법원에서 마주친 기자가 재판 결과에 대해 묻는 질문에 “변호사에게 들으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김씨는 이날 시종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반면 올케이자 한국으로 송환된 동생 김경준씨의 부인인 이보라씨는 착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씨는 법원 건물 밖으로 나서면서 기다리고 있던 카메라 기자들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건물 안으로 되돌아 들어가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극히 꺼리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평결문에서는 손해배상 내역중 김씨가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옵셔널 벤처스 자금 371억원을 ‘37.1 빌리온 원’이라고 한국어 표기를 그대로 사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배심원단은 손해배상 중 원고측 요구액은 한국어로, 배심원들이 응징적 손해배상 금액은 달러로 평결해 취재진들이 원화와 달러로 금액을 환산하느라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2일부터 시작해 일 주일 이내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주 이상 지체돼 배심원들의 표정에 피로함이 가득했다.
■옵셔널 캐피털 소송
‘옵셔널 캐피털’은 BBK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준씨가 한국에서 운영하던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라는 벤처 창업투자회사의 후신으로, 이 회사의 소액주주 5,000여명이 김씨의 횡령 및 주가조작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04년 6월 미국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이다.
옵셔널 벤처스의 대표였던 김경준씨는 2001년 이 회사 주가 조작 파문으로 궁지에 몰리자 그해 12월 회사 자금 371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건너온 혐의를 받았으며, 이에 옵셔널 벤처스의 소액주주들이 한국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김씨는 한미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2003년 5월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 체포됐고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김씨의 한국 송환이 이뤄졌었다.
옵셔널 캐피털의 소액주주들은 이번 소송에서 김경준씨와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 누나 에리카 김씨 등이 짜고 공금을 횡령해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함으로써 손해를 봤다고 주장해 왔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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