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딸들이 한씨 부부와 함께 웃고 있다. 첫째 딸 정민(앞줄 왼쪽부터), 아버지 한의근, 어머니 한정숙, 넷째 딸 정희씨. 뒷줄에 서 있는 사람은 셋째 딸 웬디씨. <이은호 기자>
80대 부친 수술받자 타주서 날아와 병간호
재활훈련 도맡아 외출 가능하게 회복 도와
산아제한을 장려했던 30여년 전 한국에서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유행했다.
2008년 LA에 살고 있는 한의근(88)·성옥(84)씨 부부를 만나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한다.
한씨 부부는 첫째 정민(65·시애틀)씨를 비롯해 정화(55·시애틀), 웬디(53·LA), 정희(51·플로리다 템파), 정숙(47·LA)씨 등 슬하에 3남5녀를 둔 ‘딸부자’다.
지난해 10월 8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LA에서 다복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던 한씨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아버지 한씨가 당뇨로 오른쪽 다리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를 두고 딸 다섯이 나섰다. LA의 두 딸과 북가주와 동남부에 흩어져 사는 딸들이 한 달씩 돌아가며 아버지를 돌보겠다며 LA행을 자청했다.
시애틀에 사는 첫째 딸 정민씨는 수술 날짜가 정해지자 가장 먼저 LA로 날아왔다. 병원에서 먹고, 자며 아버지 병수발을 들었다.
이어 플로리다에 있는 넷째 딸 정희씨가 약 2주간 아버지와 함께 하다 돌아갔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시애틀 둘째 딸 정화씨가 아버지 곁을 지켰다.
아버지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운동을 잘하는 넷째 정희씨가 다시 LA를 찾았다. 재활담당이다. 덕분에 한씨는 이제 교회와 매일 아침 산책을 나갔던 맥도널드에도 다시 갈 수 있게 됐다. ‘2월 도우미’는 다시 첫째 정민씨가 맡았다. 정민씨 남편은 “내 신경 쓰지 말고 아버지 잘 돌보고 오라”며 한국 동생네 집으로 갔다.
그런데도 ‘타주 도우미 딸’들은 하나 같이 “가까이 있는 자식이 가장 힘들다”며 LA에서 함께 살고 있는 막내 정숙씨와 수시로 들러 냉장고 가득 반찬을 채워주고 가는 셋째 웬디씨를 추켜세운다.
어머니 한씨는 “아버지 대소변을 다른 사람들 보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와서 항상 아버지 곁에서 자면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시중을 든다. 딸들이 그저 고맙고 기특할 따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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