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어둠마저 허락지 않는다 밤도 아닌 낮도 아닌 사기꾼 같은 고문의 시간 요사인 불량식품 많아 신경세포도 리듬을 잃고 밤에 더욱 빛을 발 한다 생각의 우주선 은하수 몇 바퀴 돌아 왔어도 창틀에 걸어둘 소득 하나 없이 온몸에 흐르는 전류만 강해져 석쇠 위 고등어가 된다 어릴 적 나의 밤은 순수한 까만 색깔이었다 옆도 볼 수 없는 까만 이불로 생각과 형상 불순한 공상까지 정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조물주도 미련하시지 전기스위치 끄듯 단 일초로 머리 속 전원이 꺼지고 맞춰놓은 시간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게 하실 일이지 그래도 불면의 밤은 새장을 떠난 불구의 상상들 부끄럼 없이 하늘을 날 수 있어 좋다
강언덕 약력: 한국시 신인상 등단. 미주시문학회 회장 역임. 재미시인협회 이사. 시집 ‘허공에 머문 순간’ ‘낮에도 뵈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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