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밤 리버모어 뱅크헤드 극장에서 열린 SNC 고객 사은의 밤 행사에서 이 회사의 기금출연으로 마련된 희망장학금 수여식 뒤 ‘주는 이, 받는 이, 돕는 이’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손재만 SNC 대표이사.
이 세상 희망이 되어다오
이 세상 희망이 되겠어요
희망장학생들과 함께한 SNC 고객 사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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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만. 그는 야구광이다. 북가주한인야구협회와 본보가 손잡고 30년 넘게 펼쳐온 ‘북가주 한인친선 소프트볼 대회’에서도 그는 단골멤버다. 개구쟁이 소년 시절부터 대회장을 드나든 그는 성인이 돼서도 한여름 그 장이 서면 어김없이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메고 필드에 나선다. 진땀범벅 먼지범벅에다 잔뜩 그을린 ‘젊은 그’가 외환관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튼실한 중견기업 (주)SN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필드 안에서의 넘치는 박력과는 달리 필드 밖에서는 좀체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손 대표가 지난달 초 SF한인회 이석찬 한인회장과 본보 강승태 지사장에게 슬며시 제안했다. 한인사회 모범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1만달러를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장학금 명칭도 달지 않고 구체적인 장학생 선발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알아서 처리하되 자신은 나타내지 말아달라는 부탁만 덧붙였을 뿐.
SNC가 기금을 출연하고 SF한인회와 SF한국일보가 공동주관한 ‘희망장학금’은 그렇게 태어났다. 한인사회, 나아가 이 세상의 희망을 싹틔우고 키워내자는 뜻에서 희망이란 이름이 붙게 된 이 장학금 수여식(10명에게 각 1,000달러씩)이 지난달 30일 밤 있었다. SNC 10년 성장을 자축하고 고객들에게 감사는 표하는 ‘고객 사은의 밤’ 행사에서였다.
이 회사 고객들과 관계자들 약 450명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리버모어 뱅크헤드 극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도 손 대표는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사양했다. 수첩과 카메라를 꺼내들자 손사래를 치며 얼른 자취를 감췄다. 마침내 카메라를 더는 피할 수 없는 자리, 행사 첫머리 무대 위에서의 대표이사 인사말도 매우 짧았다. 그동안의 감사표시와 앞으로의 성원당부가 전부였다.
우레 같은 박수에 수줍은 얼굴로 다시금 허리를 굽힌 손 대표는 사회자의 호명을 받고 희망장학생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자 금방 함지박 얼굴이 됐다. 받는 장학생들보다 더 기쁜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치사 한마디 없었다. 박수는 더 커졌다.
수여식 역시 짧았다. 그러나 희망의 고동은 벅차고 길었다. 희망장학생들의 면면이 그랬고 이들이 펼쳐 보인 희망꾸러미들이 또한 그랬다.
그중 한 명 김요섭 군. 새크라멘토 미라로마고교 11학년생 김 군이 신경전문가(신경전문의 또는 관련연구원)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연이 ‘이 세상의 희망’ 자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고혈압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지고 말씀도 잘 못하시고, 그래서 뉴롤로지스트(신경전문가)가 돼 그 바이러스를 발견해서 고혈압을 차단하고 싶어요. 앞으로 엄마, 아빠, 형제들, 그리고 다른 식구들이 고혈압으로 고생하지 않도록.
간호사가 돼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산호세 홈스테드하이 12학년 신단비 양도, 영어교사가 돼 영어 못하는 사람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는 산브루노 카푸치노하이 11학년 곽진웅 군도, 훌륭한 약사가 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밀스하이 11학년 안수민 양도, 미처 인터뷰를 하지 못한 다른 장학생들도….
희망장학생들(김요섭, 신단비, 곽진웅, 안수민, 송기호, 윤혜원, 김주영, 오선민, 김세원, John Noah)이 있어 더욱 뜻깊었던 SNC 고객 사은의 밤은 한국에서 날아온 인기 보컬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특별공연으로 한층 흥이 돋았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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