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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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이 운영하는 이스트베이의 한 식당에 최근 총을 든 강도들이 들이닥쳤다. 주인과 종업원들은 물론 토요일 외식을 즐기던 손님들도 혼비백산했다. 흑인강도들은 총으로 이들을 위협하며 일일이 수금하듯 돈을 털어 유유히 사라졌다.
이에 앞서 베이지역 어느 한인업소에도 강도가 들었다. 늦은 밤 문닫을 시간에 모자를 눌러쓰고 이 업소에 침입한 흑인강도는 뒷정리를 하던 주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 주인은 현금은 물론 신분증과 신용카드 등이 들어있는 지갑을 통째로 넘겨줘야 했다. 다행히 더이상의 물리적 해코지는 없었다.
주인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거의 두달이 넘었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는 지지부진이다. 경찰인력이 모자란 탓도 있지만, 여러대의 CCTV가 다 벽 위쪽에서 내려다보듯 설치돼 모자를 눌러쓴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강절도 범죄도 ‘대목’을 맞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피해자들이 오히려 쉬쉬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가주 여러곳 한인업소들이 크고작은 강절도 피해를 봤다는 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샤핑이다 모임이다 나들이는 잦아질 수밖에 없는데 범죄를 예방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인력부족 등 이유로 철저한 방범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 내놓은 방범대책이나 범죄발생시 대처요령도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예컨대, 야간영업시 출입문을 잠그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렇게 할 경우 너무 불편해 강도들보다 먼저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버릴 게 뻔하다는 푸념이다. 출입자의 얼굴을 똑바로 또는 올려다보는 식으로 찍을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하라는 등 경찰의 방범장치 설치요령 권장안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CCTV 유무는 사실상 범행 이전에 초보범인에게 일정한 심리적 제약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이미 범행을 결심하고 표적장소에 들이닥친 범인들은 대개 CCTV에 자신이 찍히든 안 찍히든 제대로 찍히든 엉터리로 찍히든 상관없이 ‘목표한 범행’을 완수한다는 통계도 있다. 경우에 따라 CCTV 때문에 뒤탈을 의식해 더 포악한 짓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범죄를 당했을 때 당황하거나 반항하지 말고 요구에 순응하면서 인상착의를 잘 기억해 신고하라는 경찰의 권장 또한 사후 대처요령일 뿐 사전 예방대책은 될 수 없어 연말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무겁게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들어 초전박살형 음주단속도 부쩍 심해졌다. 하이웨이나 주요 간선도로 길목에서 주로 이뤄지던 음주단속이 요즘에는 업소 주변이나 주택가 이면도로 등지에서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자가 차를 몰고 본격 속도를 내기 이전에 단속해야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강화될 전망이다. 경찰은 특히 음주운전자를 적발할 경우 어디에서 먹었는지 체크해 그 업소 주변을 집중 감시하다 출발직후 단속하는 등 원천봉쇄형 음주운전단속을 펴기도 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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