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 객원기자, 앨라스카를 가다
탓셴쉬니-알섹 강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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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잠이 부족한지 조용한 아침을 맞이했다. 하루 쉬는 덕분에 샤워도 계획했다. 모두들 충분한 내의는 가지고 왔는지 빨래하는 사람이 없었다. 빨래를 한다고 해도, 모래섞인 찬물에 해봤자 별로일테고, 또 여자의 경우, 다른 사람 눈에 보이게 내의를 말리는 일도 쉽지않았으리라.
너무 지쳐 모르긴 하지만, 아마도 코고는 일엔 모두가 합창을 했을지도… 코고는 소리에 30여년 간 옆에서 고문당했다는 아내도 살을 뺀 후론 우렁차던 나의 코고는 소리가 새근거린다고 한다. 친지들은 살을 너무 뺀 나를 보며 혹시 병자가 아닌지 물어본다.
“커-피-“라는 기상 소리에 하나 둘씩 텐트 밖으로 나온다. 이 여행을 통해 또 한가지, 공복에 안마시던 커피마저도 마시게 되었으니, 사람 하나 세뇌시키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곳까지의 래프팅 코스를 두고 세월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강 가에 가서 세수를 하고 조그만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면도를 했다. 비누가 안보였다. 텐트 안팎과 가방을 뒤졌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 자연 속에 남겨뒀다는 생각을 하니, 곰이 혹시 씹어먹지나 않았나 싶다. 아니면 강물 속으로 떨어져 거품을 내고 있을지도…옛날 옆집의 개가 열린 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짖고있었을 때 거울을 바로 그의 앞에 갖다 뒀더니 더 놀라 짖고 있었다. 이 야생 동물들도 거울을 통해서 자신들의 얼굴을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침은 주로 전날 남은 저녁 식사가 변신을 해서 나왔다. 무슨 음식인지 묻기도 전에 두뇌는 꿀맛을 감지했다. 항상 캠핑용 음식으로 잘 준비되어 있었다. 이제는 모두들 설겆이는 전문가가 되어서 별도 지시가 필요없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능율도 있었다. 평생 처음하는 노년의 래프팅이었지만 잘 적응하고 있었다.
오전은 쉬고 오후에 호수 주위로 하이킹을 간다고 했다. 그 전에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곰 발자국, 늑대 발자국, 무스 발자국 등을 보니 마치 야생 동물들도 이 야생화들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찍은 야생화 사진들을 지면 관계상 모두 다 보여드릴 수가 없음을 사과드린다.
호수 주위를 도는데, 옛날엔 이 호수가 빙산들의 보고(寶庫)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녹아 빙산의 찌꺼기만 남아있는 듯 보였다. 이 빙산들이 점점 녹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찍은 빙산의 멋진 사진을 자신도 가서 찍어야겠다면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 이 빙산들은 녹고있기 때문이다.
하이킹을 끝내고 캠프로 돌아왔을 때에는 멀리 강하류에서 먹구름이 일고 있었다. 내일 빗속에서 노를 저어야되고,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로 남게되었다. 두개의 카메라 우비를 지참했었는데, 내일 사진 촬영을 못하게되면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Jimmy는 내일의 일정에 차이가 있을까봐 무전기로 글레이시어 베이 국립 공원 당국자와 교신하기에 바빴다. 만약 폭우가 쏟아진다면 사진 촬영은 고사하고 언제 집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미궁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계속>
<폴 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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