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무기는 ‘가습보관실’
지난 2002년부터 사용
한때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덴버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 또는 ‘타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해발 1마일의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저항도 평지보다 훨씬 약하고 습도가 10%를 넘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로 날씨가 건조하다. 고지대로 올라가면 낮아진 대기압으로 공이 팽창하게 돼 투수들이 공을 잡는 ‘그립’을 어렵게 만들고 투수들이 던진 공은 회전이 없이 밋밋하게 들어가기 일쑤가 된다. 또 배트에 맞은 볼은 조금만 잘 맞아도 희박한 대기를 뚫고 훌쩍 펜스를 넘어간다. 결국 이런 조건에선 타자들은 입맛을 다신 반면 투수들은 울상이 됐고 툭하면 풋볼경기같은 스코어가 나왔다. 이 때문에 프리에이전트 선수들 가운데 타자들은 로키스에 와 ‘어드밴티지’를 얻고 싶어 했고 반대로 투수들은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쿠어스필드를 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로키스가 경기구를 일정습도로 유지해 보관하는 특별한 가습보관실(Humidor)을 도입하면서 이런 ‘투수들의 무덤’은 사라졌다. 이 가습보관실의 기본 의도는 경기에 사용되는 볼이 쿠어스필드의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변형되지 않고 항상 메이저리그 경기구 허용기준 내에 머물도록 보관하는 것. 쿠어스필드에 설치된 이 보관실은 항상 섭씨 70도, 습도 50%를 유지하며 모든 경기구는 여기에 보관된다. 이 보관실은 지난 2002년 시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01년 시즌 쿠어스필드에서 나온 홈런수는 268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구장중 단연 1위였으나 올해는 185개로 10위까지 떨어졌다. 경기당 득점도 2001년 13.4에서 올해 10.58까지 떨어졌다.
올해 로키스의 팀 방어율은 홈구장에서 4.34, 원정경기 4.29로 아직 원정경기에서 더 좋다. 이는 아직도 쿠어스필드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도 그 격차는 많이 좁혀졌고 이제 로키스는 더 이상 투수들의 기피팀이 아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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