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은 재무장관이 국고가 바닥이나 국채를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는 보고를 듣고 “돈을 더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로 명령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미국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의 경제 위기를 과도한 금리 인하로 해결하려 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정책을 이디 아민의 무모한 ‘돈을 더 찍는 방법’과 비교한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늘려야 했고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는 추락하고 물가는 덩달아 뛰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FRB가 실시한 수십 번에 절친 금리인하로 인해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주택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결국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몰고 가는 롤러코스터 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금리인하는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요즘 리스가 만기되어 리스를 다시 받으려면 건물주들이 믿기 어려운 액수의 렌트비 인상을 요구한다. 금리인하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치솟았으니 그에 맞는 렌트를 지불하라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물주들의 주장이다.
어렵게 융자를 받아 비즈니스를 구입해 아메리칸 드림을 만들어가던 자영업자들이 리스 연장에 실패하고 수십만달러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FRB가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인하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활기를 주고 현재 침체되어 있는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FRB의 금리인하 발표 후 시장 일각에서는 금리인하가 증시 등 전반적인 미국 경제에 마냥 호재로 작용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신중한 의견이 제기됐었다. 즉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의 둔화에 대한 정책 당국의 심각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반길 만한 재료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톰슨 파이낸셜의 마이크 톰슨 글로벌 리서치 이사는 “금리인하는 일반적으로 성장 후퇴를 사후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수단”이라면서 “성장 후퇴를 감안한 금리인하에 주식시장이 앞뒤를 재지 않고 무턱대고 환영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리인하 직후에 주가가 오른다고 해도 뒤돌아보면 금리인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와 함께 주가는 실질적으로 올라갔으며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의 재기를 점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하지만 달러 환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으며 물가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
금리인하 분명 ‘양날의 칼’임이 틀림없다.
백두현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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