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으로 자신의 삶 노래하는 ‘전직 홈리스들’
===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회색 후드티를 입은 한 사나이가 무대 중앙으로 쇼핑카트를 밀며 들어온다.
그는 크고 납작한 박스 쪼가리를 바닥에 놓고, 오렌지색 침낭을 털어서 편다. 이렇게 오늘 밤을 나야겠군. 그는 한기로 몸을 부르르 떤다.
이렇게 지난주 26일 실제 홈리스의 삶을 살다가 극복한 사람들의 연극 공연 ‘이제 알겠지 (Now You Know)’가 시작됐다. 이 공연은 알라메다 소재 연극단 ‘잘 안보이는 극단 (Seldom Seen Acting Company)’이 제작한 것으로 배우들이 모두 홈리스 전력이 있다.
극단의 이름처럼 홈리스들은 행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 항상 무시당하고, 무관심 속에 방치되지만 카운티내 홈리스 숫자는 무려 6000명이나 된다.
이 공연은 전직 홈리스들이 모여, 일반인들에게 홈리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05년 시작됐다.
이날 공연에서는 배우 7명이 마약과 알콜중독으로 찌들었던 자신의 실제 삶에 대해 노래했다. 잘못된 선택, 가슴아픈 이별 등의 사연과, 또 자신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30년간의 코카인 중독으로 홈리스로 살다가 건강한 공사인부가 된 필립 윌슨(56)씨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내 고통을 없애기 위해 구걸하네. 나는 마약 중독자였다라고 노래했다.
마약중독을 거의 극복하고 지금은 에머리빌에서 재활셸터를 운영하고 있는 데니스 포레스터씨(48)는 그때는 죽음만이 중독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했었다며 힘들었던 시절을 회고했다.
계속 추락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내가 잃은 최대의 것은 가족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의 회복의지로 가족들은 다시 돌아왔고, 이날 그의 두 딸이 앞좌석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날 내 딸에게 전화했어요. ‘아가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네 삶을 훔쳐갔구나...’ 그런데 얘가 사랑한다고 했어요. 갑자기 내 어깨의 짐이 덜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다른 홈리스의 삶을 살았던 마이크 고다드씨(48)는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고 집을 잃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때 그는 좋은 직장과 약혼자를 가진,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었으나 사기죄를 저질러, 감옥에서 3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모든 홈리스가 마약중독으로 인생을 망친 것은 아니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을 망친 경우도 있고, 장애 때문에 홈리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박사학위를 가진 홈리스들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중 자신이 쓴 시를 읊었다.
우리는 어떻게 신을 울리나. 아픈사람, 집없는 사람, 배고픈 사람, 가난한 사람을 보고도 고개를 돌리고, 문을 닫고, 그냥 지나쳐 버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신을 울린다.
’잘 안보이는 극단’ 공연은 가을에 여러차례 열리며, 다음 공연은 오는 17일 알라메다 카운티 빈센트드 폴 스트릿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린다. 636-4261.
<최선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