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비관 수시 교차..`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베이징=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핵 불능화 등 비핵화 2단계 시공도면을 만들기 위한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는 낙관과 비관이 수시로 교차하는 반전의 연속이었다는 평가다.
합의문안 극적 타결이라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발언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됐음을 짐작케 한다.
회담 개최 전까지만 해도 긍정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달 초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대략의 합의가 도출된데 이어 미.중.러 3개국으로 구성된 기술팀이 영변을 방문, 북측과 조율된 구체적인 불능화 방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의 반대로 회담 일정이 한 차례 밀린데 이어 북한과 시리아의 핵거래설이 회담 개막 직전 불거지면서 `뭔가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회담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회담 개막을 전후해 잇따라 열린 북.미 양자회동은 좋은 분위기속에서 진행됐고 회담 첫날인 27일 저녁에는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불능화 방법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핵 2단계 로드맵 마련에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던 회담 이틀째,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문제가 북.미 간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북.미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낮은 수준의 합의문에 머물 것’이라거나 `합의문을 못낼 수도 있다’는 등의 비관적 관측이 잇따라 제기됐고 일각에서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던 6자 테이블에 새로운 난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29일 오전 오늘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미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은 29일 오전 합의문 초안을 회람시켰지만 `컨센서스’를 보지 못하자 참가국들의 의견을 수렴해 저녁 2차 초안을 회부시켰다.
중국의 2차 초안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었기에 미국, 일본 등이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은 마지막날로 예정한 30일 아침 다시 중국, 일본의 입장을 좀더 반영한 3차 초안을 회부했고 이번에는 북한이 불만을 표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30일 오전 회의장으로 나서며 오늘 회의에서 2단계 행동 계획이 합의문 형태로 채택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런 뒤 그는 합의문 채택 실패후 여론의 질타를 우려한 듯 만약 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는 합의가 안되어서가 아니고 합의된 내용 중에서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에 대한 이견 때문일 것이라며 `예방주사’까지 놨다.
결국 의장국인 중국과 한국 등이 나서서 북한을 설득했다.
이미 제네바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합의한 테러지원국 해제 시기가 있으니 굳이 그것을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설득 논지였다.
완강하던 김계관 부상은 결국 마지막 순간 의장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에게 `OK’ 사인을 보냄으로써 긴박했던 3박4일의 마라톤 협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다만 미국,일본이 수석대표 차원에서는 문안에 동의했지만 본국 훈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최종 합의문 도출은 이틀 뒤로 미뤄졌다.
회기를 하루 연장해도 될 상황에서 미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문제가 이번 합의문에 언급되는데 대한 미 행정부내 강경파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어쨌든 회담이 곡절을 거듭하면서 마지막날인 30일 6자회담을 취재하는 각국 취재진들도 홍역을 치러야 했다.
회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마지막 수석대표 회의가 열리는 와중에서도 `합의문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대다수 매체들은 의장국의 회의 결과 발표가 나왔을 당시에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수석대표 회의 직후인 오후 2시10분께(현지시간)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합의문에 대한) 각 정부의 추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틀간 휴회한다고 발표했다.
예상치 못한 `휴회’ 소식에 회담 평가를 놓고 엇갈린 분석들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회담 소식통의 말을 인용, `합의문서를 만들었고 이틀 후 발표하기로 했다’고 긴급 보도했지만 일부 외신은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오후 3시께 천 본부장의 입을 통해 `신고 및 불능화의 시한을 명시한 합의문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회담이 `해피엔딩’으로 일단락지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회담 기간 북핵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김계관 부상의 심상치 않은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겼다.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이 한마디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제기된 북-시리아 핵커넥션 의혹에 대해 일갈한 것이라는 해석을 했고, 6자회담에서 약속한 공약은 난관이 있더라도 결국은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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