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혼 실은 춤사위
진한 감동 자아낸 수준작
남가주엔 다수의 무용종사자들이 있긴 해도, 전통무용의 종목을 제대로 이수했거나 그 중의 어느 한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무용인은 사실 전무하다. 그렇다고 창조적인 무용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민사회의 무용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러한 척박한 조건들이 관대하게 이해되어져야 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어릴 적, 인간문화재인 고 벽사 한영숙 선생의 제자로 입문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김응화의 무용경력은 40여년에 이른다. 벽사의 계보가 김응화로 인하여 이곳 미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로 인하여 우리는 우리 땅에서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숨 쉬며 고락을 나누어온 우리 춤사위들의 혼과 정서를 미주 땅에서도 접할 수 있다.
1980년에 창단하여 27년 동안 우리 2~3세들에게 전통무용을 가르쳐온 김응화가 지난 8월18일 윌셔 이벨 극장에서 40여명의 문하생들을 이끌고 해방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가졌다. 미주 한국무용협회와 김응화무용연구소의 공동 주최이기도 했던 이번 공연은 광복 62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것으로 2세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한 내용과 감동이 담겨있었고 김응화 특유의 강훈으로 갈고 닦은 기량들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이기도 했다.
창작무용 ‘해방의 그날’은 민족의 광복을 주제로 김수미가 안무한 작품인데 2세대 그룹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대 구성과 춤의 배열이 짜임새 있었고 특별히 장구춤을 색다른 음악으로 안무하여 사물가락으로 끝맺음한 ‘환희’에서는 클라이맥스의 진한 감동이 있었다. LA 한인사회 최초의 창작무용극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드물게 25개의 북이 동원된 작품 ‘북의 소리’는 북이 주는 다이내믹을 그대로 자연스레 춤과 조화시켜 피날레 작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달의 만남’은 민요 옹헤야를 양악기로 연주하여 만든 곡으로 반고를 들고 춘 이인무로 안무되었는데 출연진의 익숙한 연기가 돋보였다.
4명의 어린이 춤꾼들의 귀여움이 돋보였던 ‘초립동’, 문하생이 춘 ‘살풀이’, 춤 보존회 회원들의 한영숙류 ‘태평무’ 등도 인상적이었으며 공연의 수준을 살리는 작품들이었다.
일찌감치 미국에 건너와 2세들에게 우리 춤을 가르치며 조용히 뒤에서 남모르는 문화사절 역할을 했던 김응화의 이번 무대를 계기로 이제 LA 무용계도 ‘학예회 수준’의 공연에서 벗어나 보다 격조 있는 작품을 보여주는 무용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이병임 / 미주예총 회장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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